Day by Day/가끔쓰는다이어리

100213 / 신사임당

민군_ 2010. 2. 16. 11:40

2월 13일 토요일

그 일은 13일로 넘어가던 토요일 새벽에 일어났다.
밤 1시쯤 되었을까. 밖에서 어떤 아저씨가 아버지를 불렀다.
아버지 친구인듯 했는데, 난 처음 뵙는 분이였다.

다짜고짜 프랑스식으로 인사를 하셨다.
나이 25살먹은 청년이
아버지 친구분과 볼따구를 부비부비하고 있는 시츄에이션이였다-_-

이미 어디서 한잔 하고 오신 모양.
자신이 경북고를 나왔으며
경대 의대를 졸업하여 지금 직업은 의사이시며
병원 노조를 싫어하고-_-
아저씨 큰딸은 포항우체국 앞 사거리에서 세븐몽키즈커피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묻지도 않았는데)열심히 떠드시더니

용돈이라면서 주머니에서 신사임당 얼굴이 그려진 지폐 4장을 꺼내서
동생과 나에게 두 장씩 주셨다.

오 이거슨 오마넌 신권!

순간적으로 머릿속엔 역시 의사가 짱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돈의 힘인가-_-
어쨌거나 한밤중의 불청객 아빠친구분은
혀꼬인 소리를 몇 번 더 하시더니
가실때도 우리 볼따구에 가벼운 입맞춤을 하시곤 눈오는 밤길을 걸어가셨다.
아무래도 영화를 너무 많이 보신게 틀림없다. 우엑-ㅠ-

어쨌거나, 그날 친구를 배웅하고 돌아오신 아버지의 얼굴은
뭔가 씁쓸한 표정이셨다.
아버지로부터 그분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내 기분도 뭔가 씁쓸해졌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지금 남은건 신사임당 두장.
돈의 무게가 늘어나는 만큼, 그 사람의 삶의 무게도 곱절로 늘어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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