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지/2012_영국, 프랑스

[2012영국/프랑스] 첫째날 - 떠나자, 유럽으로!

민군_ 2012. 8. 28. 02:11


* Prologue; 떠나자, 유럽으로!


  지난 4월부터 틈틈히 준비했던 유럽여행, 드디어 그 출발의 날이 밝았다. 런던과 파리라는 도시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동경과 환상, 올림픽 경기에 대한 기대감 등등 내 마음을 부풀게 하는 요소들은 이미 필요충분조건을 만족하고도 넘쳐나는 중이다. 사실 무엇보다 처음으로 국제선 비행기를 타고, 내가 머물던 곳에서 가장 먼 곳으로 떠난다는 것, 바로 '첫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내 마음속에 크게 자리하고 있다. 어쨌거나 신난다!


  사실 아직 전역을 하지 않은 '병장'의 신분으로 해외여행을 나간다는 게 그리 쉽지는 않았다. 상병 연가부터 모으고 모아서 거기에 앞뒤로 외박을 붙여 총 28일의 말년휴가를 나갈 계획을 세웠고, 그 중 20일간 여행을 하려 했다. 그렇게 계획을 세워 지난 6월 말, 부대 행정실에 문서를 제출하였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자꾸 반려.. 하지만! 결과적으로 최종 결재가 났고, 난 주변에서 보내오는 다소 따가움(?)과 부러움(!) 이 섞인 시선을 기분좋게 견뎌(?)내었다. 개중에는 "형은 영어가 되니깐 걱정없겠다", 혹은 "해외여행 많이 가봤나봐?"와 같은, 순전히 나의 외적인 이미지와 관련된 편향적 시선들(...)도 있었으나, 나는 영어 울렁증이 있을 뿐이고! 게다가 해외(?)여행 경험은 금강산&제주도가 전부일 뿐이고! ㅋㅋ


  나름 준비를 하고 계획을 세웠지만, 여행 날짜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뭐 영어 못하면 어때, 어떻게든 되겠지. 처음 해외 나가는데 혼자 나가면 어때, 설마 집에 못 돌아오기야 하겠어?'와 같은 생각들이 점점 커진다. 다시 정신을 챙겨 하나하나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캐리어 하나, 백팩 하나, 그리고 지갑과 여권 등이 들어있는 작은 크로스백 하나. 그렇게 집을 나섰다.



20120730; 인천 - 나리타


  내가 이용한 항공사는 스칸디나비아항공(SAS)이다. 인천-나리타-코펜하겐-런던의 순서로, 총 2회 경유하는 일정이다. 한국엔 기항을 하지 않는 관계로, 인천-나리타 구간은 대한항공을 이용했다. 앞으론 꼭 돈 많이 벌어서 대한항공 직항타야지... 하는 생각을 한 3초정도 했던 것 같다. 어쨌거나 오늘의 일정은 오후 6시 35분, 인천공항 출발!


여기는 용산역!


  그런데 출발부터 뭔가 삐그덕거린다. 사진 백업을 위해 중고로 구입한 넷북이 도통 부팅이 되지 않는 것이다. 오호 통재라! 마침 용산역 근처에 노트북A/S점(MSI)이 있길래 부랴부랴 찾아갔다. 뭐가 문젠지 물어보니 하드디스크에 문제가 있어 그런거랜다. 그러면서 정밀 검사를 위해 며칠 맡기라는 거다. 헐, 저 오늘 이거 들고 출국해야 해요, 그랬더니 그럼 우선 포맷하고 OS 새로 깔아주겠다고 한다. 그럼 그렇게 해주세요, 하고 잠시 밖에 나왔다. 근처에 마트가 있어서 깜빡하고 구입 못한 여행용 티슈, 면봉 등의 물품과, 국가대표팀 응원용 태극기를 구입했다. 그나저나 태극기가 왜 문구류에 있나요... 한참 찾았네.


  잠시 후 A/S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노트북 찾아가란다. 다시 열심히 걸어 노트북을 받아들고, 서울역으로 향했다. 


공항철도타러 가는 길~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서울역에서도 미리 탑승수속을 할 수 있던거 같던데, 세시간 전에 미리 하라는 것 같아서 패스! 공항철도 플랫폼은 무려 지하 7층에 있었다. 기차 안은 과도한 냉방과 한적한 승객들로 인해 꽤나 추웠으며, 나는 추위에도 아랑곳하지않고 타자마자 잠이 들었다. 정말 뭐 타자마자 잠드는 습관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공항가는 전철 안~ 로밍을 로밍답게!


드디어 인천공항!


  그렇게 한 50여분 정도 달렸을까? 어느새 인천공항에 도착하였다. 도착하고 나서도 잠이 덜 깨있었던지라, 잠시 비몽사몽하며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거렸다. 아 여기가 인천공항이구나. 출발은 3층이네? 그럼 3층으로 가야지.


18:35 KE705 도쿄/나리타


  걷다보니 거대한 탑승수속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내가 탈 비행기는 바로 18:35분 출발하는 도쿄/나리타행 대한항공 KE705편! 저기 표시된 체크인 카운터로 가서 탑승수속을 밟으면 되겠구나. 탑승수속 너 이리와 내가 밟아줄께(죄송해요 무리수였네요. 나란 남자 반성이 빠른 남자).


언젠간 비즈니스 타고 말겠어!


탑승권 수령!


  대한항공 체크인 카운터에서 가지고 온 캐리어를 수하물로 보냈다. 몸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다. 일단 짐은 다시 나리타에서 찾기로 했다. 나리타공항 근처 숙소에서 1박을 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내가 좀 더 치밀했더라면 하루치 옷가지들을 가방에 따로 넣었었겠지만 2% 부족한 나의 계획성! 아무튼 보딩패스를 받으니 뭔가 진짜 여행가는 것 같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다음날 나리타발 코펜하겐행 보딩패스도 함께 받았다. 


  시계를 보니 오후 4시 30분. 시간은 충분하다. 여유롭게 공항을 둘러보다, 여권과 탑승권을 들고 출국장으로 갔다.


국제선이다! 신난다!


  보안검색대와 출국심사대를 거쳐 면세점이 있는 곳에 들어왔다. 거대한 면세점의 늪;;이 펼쳐졌다. 일단, 전날 소공동 롯데면세점에서 친구에게 선물받은 시계와 선글라스를 찾으러 갔다. 그리고 한인민박에서 숙박비로 지불할 담배(말보로 라이트) 두 보루도 구입하였다. 런던 히드로공항에선 한 보루까지만 반입된다는 얘기가 있던데. 잘 숨겨(?)가면 되겠지?


  시간이 조금 남아 게이트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와이파이 또한 빵빵하게 잘터지는 인천공항인지라 그리 심심하진 않았다.


분명 여행 첫날인데 초췌하다...


찍고보니 죄다 대한항공ㅋ


드디어 게이트가 열렸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어느덧 탑승구가 열렸다. 보딩패스를 보여주고 탑승구 안으로 들어섰다. 요 길을 따라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이 내겐 제일 설레는 순간이다. 비행기는 언제봐도 참 신기하다. 2년 가까운 시간동안 매일매일 지겹게 비행기를 보긴 했지만... 그래도 신기한건 신기한거다. 저 무거운 쇳덩이가 어떻게 하늘을 나는 거지?


요런 모니터가 시트마다 하나씩.


  처음 타 본 국제선 비행기. 자리마다 모니터가 있어 영화시청이나 게임이 가능한게 참 신기했다. 그렇다. 종일 신기한 것 투성이다. 어쩌겠어요, 태생이 촌놈이라 요런 비행기 처음 타보는 걸요. 그래도 마음만은 턱별시에요(그리고 솔직히 이 사진 보고 '헉 자리마다 요런게 있다니!'라 생각한 사람들 있잖아요.. 그래 바로 거기 너말이야!). 


  비행기는 예정 시간보다 조금 늦게 활주로를 박차고 떠올랐다. 바퀴가 지면과 떨어지며 떠오르는 느낌도 참 좋다. 오늘은 뭐든지 다 좋은 날이다.


비행기 탈때마다 늘 날개 옆인듯.


잘먹겠습니다!


  인천에서 나리타까지는 두시간 반 정도 되는, 그리 멀지않은 거리지만, 때가 저녁시간이라 그런지 요렇게 기내식이 나왔다. 불고기덮밥에 오이지, 조미김, 그리고 파인애플까지. 꽤 맛있었다. 남김없이 싹싹 긁어 그릇을 비웠다. 처음 먹어보는 기내식이라, 왠지 욕심을 부려서라도 모든 음식을 남기지 않고 다 먹어야 될 것 같아서...가 아니라 단지 배가 고팠을 뿐이다. 정말이다. 매우 배고팠다.


어느덧, 도착!


웰컴 투 재팬 :-)


  그렇게 밥을 맛있게 먹고,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보며 흥얼흥얼 거리고 있다보니 어느덧 나리타 공항에 도착하였다. 한국보다 조금은 더 습한 느낌이다. 여기저기 안내판을 가득 메운 일본어들이 정말 낯설게만 느껴진다. 내가 드디어 한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왔구나, 싶다. 한국어 안내도 잘 되어 있는 지라 길을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진 않았다.


  공항 밖으로 나가서 1박을 할 예정이므로, 국제선 환승이 아닌 출국장 쪽으로 향했다. 간단한 입국심사가 이루어졌고, 짐을 찾은 후 출국장을 빠져나왔다. 어차피 관광은 무비자라 특별한 절차 없이 스탑오버가 가능한 듯 하다. 나리타공항에서 노숙을 하는 인원들도 꽤 있는 듯 했는데, 듣기론 새벽엔 공항 출입문을 닫은 후, 여행객들을 한 곳에 모아놓고 경비(경찰?)가 밤새 옆에 서서 함께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의 노숙은 그래도 안전하다고 한다. 어쨌거나 개인의 선택! 나는 하루 2000엔의 나름 저렴한, 공항 근처 나리타 에어포트 호스텔(Narita Airport Hostel)을 이날 숙소로 정했다.


시간이 좀 더 있었더라면 도쿄도 한번 다녀왔을텐데..


  이날 저녁, 공항에서 동행이 생겼다. 내일 나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코펜하겐을 경유하여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태은이라는 친구다. 짐을 바리바리 싸매고 끌고 다니는 나와 달리, 가방 하나 달랑(?) 들고 현지인 포스 풍기며 등장한 태은이는 매우 시원시원하고 붙임성 좋은 친구였다. 부러운 성격.. :-) 이날도 나보다 나리타에 일찍 도착해서, 처음 만난 한국인과 맥주한잔 하고 오는 길이란다. 아, 나중에 얘기하다 알게 된 사실이지만, 17비라는 연결고리가 있었다...ㅋㅋㅋ 한 두 다리 건너니 아는사람 등장. 참 세상은 좁다. 


  어쨌거나 숙소도 같은 곳이라 같이 숙소로 가기로 하고, 호스텔에 전화를 걸어 픽업을 요청했다. 이와 동시에 나의 영어 스피킹&리스닝 멘탈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분명 호스텔 사장님 아저씨 영어 억양이 이상한것일거야... 그럴거야... 어쨌건 겨우 전화를 끊고, 공항을 나와 약속한 장소에서 차를 기다렸다. 그런데 차가 안온다. 다시 전화를 걸어보니, 이미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주변에 파란색 차를 찾아보란다. 아, 저기... 티코를 닮은 파란 차가 보인다. 마티즈나 모닝이 아닌 티코에 비유를 한 까닭은, 사이즈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도 잘 굴러가네. 그럼 된거지 뭐.


  운전석이 반대인지라 자꾸 역주행을 하는 느낌이다. 그냥 딱 봐도 동네 아저씨 같은 호스텔 사장님은 운전을 정말 레이서 뺨치게 잘(?) 하신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둘이 남매냐고 물었다. 아마 둘다 '김'씨라서 그런가 보다. 한국에서 제일 흔한 성이 '김'이고, 우리는 오늘 처음 만났다고 하니 아저씨가 당황하셨다. 그렇게 티코를 닮은 차는 시골길(!)을 달리다 멈추었다. 드디어 호스텔 도착!


  도착하니 어느덧 밤 11시를 넘어선 시간이었다. 생각보다 꽤 아담한 호스텔이었는데, 이미 내 옆자리엔 외국인 한 명이 잠을 자고 있었다. 잔여 숙박비를 지불하고, 샤워를 한 후 자리에 누웠다. 여기는 일본, 태어나서 처음으로 밟은 외국땅이다. 그 설렘에 잠이 잘 오지 않을 것 같....긴 개뿔,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20120730 - 20120818 민군의 유럽여행기 ⓒ 김석민

Nikon D70s + Tamron 18-200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