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작은목소리

교육계에 부는 인턴바람, 전혀 반갑지 않다

민군_ 2009. 3. 18. 09:24

갑자기 교실 전화기가 울린다. 

 

"선생님, 교장실로 잠시 내려오세요."

 

무슨 일일까? 아무리 곱씹어 봐도 잘못한 일은 없는데 말이다. 조마조마한 마음을 안고 4층 교실에서 1층 교장실로 헐레벌떡 내려가니, 교장 선생님의 첫 말씀.

 

"김 선생님, 단체에는 가입되어 있나?"

 

아직 가입한 곳이 없다는 대답에 교장선생님의 설명이 이어진다. 긴긴 설명 끝에 결론은 모 단체에 가입하라는 권유로 마무리지어졌다. 하지만 그 결론보다 머릿속에 더 머물러 있던 말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어떤 단체이건 간에 결국 이루고자 하는 꿈은 하나"라는 말이었다. 전교조건 교총이건, 혹은 한교조건 자교조이건 간에 '방법'이 다를 뿐이지 '교육'을 위한 마음은 같다는 것이다. 글쎄, 과연 그런가?

 

방법은 달라도 문제만 해결하면 된다?

 

2008년을 나타내는 한자성어가 '호질기의'였다면, 아마 2009년은 '동상이몽' 정도가 어울릴 듯하다. 교장실에 다녀오면서 이 사자성어를 떠올렸다.

 

정부도 취업을, 청년들도 취업을 이야기하지만 그 방법에서 서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취업뿐만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이르는 전반적인 분야에서 정부와 국민 사이엔 미묘한 엇박자가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이는 정부의 전체적인 정책 기조가, 일반 국민들이 바라는 것과는 분명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취업으로 돌아가 보자. 올해 이명박 정부의 취업 정책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임금 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요, 또 다른 하나는 인턴의 확대이다. 겉으로는 그럴 듯해 보이는 이 두 정책에는 일자리 창출을 통해 실업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하는 이명박 정부의 의지가 담겨져 있다. 하지만 마치 '우는 아이에게 사탕을 줘서 달래는' 듯한 단기식 처방이라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왜냐하면 그 어느 정책도 청년들의 일자리를 보장해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이는 일종의 '체벌' 효과와 유사하다. 떠드는 아이들을 잡아(?) 놓고 체벌을 하면 그 순간은 조용하다. 하지만 이내 또다시 떠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단기처방이기 때문이다. 일자리 나누기나 인턴과 같은 '일단 취업시키고 보는' 제도는 당장은 청년 실업 문제를 해소시킬 수 있을지 모르나, 언젠가는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교육계에 불어오는 인턴바람

 

이러한 수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위 정책들은 여기저기서 실행되고 있다. 특히 요즘 확산되고 있는 것이 바로 '인턴'이다. 주로 관공서를 중심으로 시행된 인턴제도는 이제 곧 학교 현장에도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정부와 한나라당에 따르면, 교과부는 1252억 5600만원을 투입해, 전국 1만 2000여 초·중·고의 시설을 확충하고, 2만 876명의 인턴교사를 각급 학교에 배치하는 방안을 재정부와 협의중이라고 한다. 인턴교사는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학교에 우선적으로 배치되며, 정규교사를 보조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고 한다. 이름하여, '교육뉴딜'정책이다.

 

여기서 또 하나의 동상이몽이 드러난다. 교육 환경 여건 개선? 필요하다. 정말 교육 환경이 낙후된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니까. 교원 증원? 정말로 필요하다. 쏟아지는 업무를 마무리하고 수업준비하고 하다 보면 숨쉴 틈도 없이 하루를 보낼 때가 정말로 많다. 인턴교사가 들어와서 내 일을 좀 해준다면야 두손 두발 다 들고 환영이다.

 

하지만 문제는 '결국은 비정규직'이라는 것이다. 현재 각급 학교엔 비정규직교사, 이른바 '기간제 교사'들이 많이 투입되어 있으며, 그 비율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기간제 교사들의 처우 개선문제는 일단 제쳐두더라도, 공교육의 정상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애써야 하는 교과부에서, 신분이 불안정한 교사들을 대거 교육현장에 투입한다고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인턴으로 채용되었을 경우 일부 성적 우수자들을 정식 직원으로 채용해 주는 등의 조건을 내걸고 있는 몇몇 업체와는 달리, 임용시험에 통과해야 공립학교 교사가 되는 현재의 시스템에서, 인턴으로 채용된 '2급 정교사 자격증을 가진 교사'들은 학교 업무와 임용고시 준비라는 두 개의 산을 넘어야 한다. 물론 현재도 임용시험에 떨어진 후, 기간제 교사를 하며 임용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교사들 또한 많다. 하지만 지금의 기간제 교사보다 여러모로 열악한 조건인 인턴교사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실제로 인턴교사에 지원하는 인원이 많을지는 미지수이다.

 

올해 2009년도 초등임용시험에 떨어지고, 현재 경남의 모 초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를 하고 있는 성아무개(29)씨는 "수업준비를 하며 얻게 되는 교과 지식들이 모두 시험공부에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턴의 경우 (아직 명확하지는 않지만) 정규교사의 보조 역할에 그치므로 실제 시험에 도움이 되는 지식들을 많이 쌓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 덧붙이며, 인턴교사제도에 우려를 나타냈다. 결국 급여도 적을 뿐더러 시험공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인턴교사제도는 교대와 사대를 졸업한 우수인력들을 '낭비'하는 결과라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많은 이들이 교육을 이야기하지만, 아쉽게도 그 방법이 제각기 달라 여기저기서 잡음이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정말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교육이라는 그 '본질'에 집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장경제등 교육이 아닌 다른 논리로 교육을 재단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 '교육 뉴딜'이라는 정책 자체도 일부 항목을 제외하면, 일단 최소의(?) 금액을 투입해서 최대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자는 MB정부 정책의 하나이다. 하지만 무작정 학교에 일자리를 만들고 보자 식으로 진행된다면, 정책의 당사자인 교육계는 참 난감하지 않을까. 가면 갈수록 불안해지는 지금의 고용현실에서, 이들 인턴교사들이 현장에, 그리고 아동들의 학력 수준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걱정된다. 차라리 그 돈으로 정규직 교사들을 더 채용하고, 학교 교육 환경을 개선하여, 학급당 학생수도 줄이는 등의 투자를 하는 것이 진정한 '교육 뉴딜'이 아닐까.

 

교육정책이 교육정책답기 위해서는 그 정책이 '교육적'이어야 한다. 무조건 사람을 투입시켜놓는 정책이 과연 교육적인지 비교육적인지는 쉽게 답이 나오리라 생각한다. 좀 더 교육적인 방법을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진정한 교육정책이 될 것이고, 교육의 당사자들에게 좀 더 환영받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