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by Day/시시콜콜일상

노량진으로 노저어가다

민군_ 2007. 12. 20. 19:26
津.

예로부터 한강의 도진취락, 즉 나루터취락으로 발달했던 이 곳에서 과거 나루터의 정취를 느끼긴 힘들다. 그나마 그 느낌과 조금 닿아있는 것이 노량진 수산시장이랄까? 물론 도진취락과 수산시장간의 관계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과거에 엽전 몇닷냥을 받고 강 건너로 선비들을 데려다줬을 법 한 뱃사공들은
현재에 들어서서 퍼런 지폐 몇십장을 받고 저 대학의 문턱, 혹은 저 멀리 직업의 강으로 수험생들을 데려다주는 현대판 뱃사공으로 변신하였다.

노량진역에 내리자마자 온갖 학원광고판들이 눈에 들어온다.
'입시의 명문 00학원'이란 간판은 이제 식상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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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에만 간다고 꿈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닐텐데.



계단을 오르는데, 광고판 하나가 눈에 자꾸 와서 박힌다.

평소 사교육 시장을 그리 즐겨찾는 편도 아니고, 딱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지만(싫어한다기보다도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명이지만)
백번 양보해서, 자본주의사회에서 사교육시장의 형성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수요가 있다면 자연스레 공급이 형성되는 것이고,
돈이 있는 사람은 그만큼의 재화를 구입하여 혜택을 누리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이다.

그러나 그 꿈의 끝이 명문대라면.. 좀 얘기를 달리 해봐야 하지 않을까.
사실 그것을 꿈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여서 얘기할 거리가 되는지부터 생각해봐야 겠다.
우리학교 교지인 '청람문화'에 지선이가 쓴 글처럼,
'노예적 근성'을 평가하는 산물인 수능을 통해 '꿈'을 이루다니,
도대체 그 사람의 꿈은 얼마나 얄팍한 것이란 말인가?

                                                     


그런데 사실 내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여기 온 이유 또한 노량진을 유유히 흐르는 나룻배에 몸을 맡기기 위해서니깐.

결론적으로, 구평회고시학원에 등록했다. 구평회 교육학과 배재민 초등교육과정 강의를 들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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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요, 구평회씨.



평소 교대협 집회를 가거나, 혹은 내가 남들 앞에 설 일이 있을때,
자주 듣고, 또 한 말이 있었다.

우리는 노량진에서 키워지는 교사가 되고싶지 않습니다.
이곳 학교에서, 참교육의 꿈을 꾸며, 참 스승의 꿈을 키우며
경쟁보단 사람을 가르치는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자, 이제 난 어쩔것인가.
좋은 말로 표현하자면 현실과의 타협이다.
나쁜 말로 표현해도 곧 현실과의 타협이다.

3년동안 투쟁을 외치던 예비교사 김석민씨는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그토록 가고싶지 않던 노량진으로 뛰어들었다.


1월부터 약 2개월간 이곳에서 강의를 들을 생각이다.
서울생활도 나름 의미는 있을 것 같다.
남들이 어떻게 열심히 공부하는지 보면서 배우는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다만 그곳이 노량진이라는 것이 슬플 따름이다.
그래서, 등록하고 나오는 내내 기분이 참 묘했던 까닭이다.


20071219 대통령선거일.
투표 후, 기차타고 갔던 서울, 노량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