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 7

낙엽

잡월드를 가기 위해 버스를 타러 가는 길이었다. 저 멀리 붉게 물든 길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뭇가지에 붙어 있던 낙엽들이었다. 나무와 함께하던 가을이 어느덧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길바닥에 내려앉은 낙엽에서, 아침에 차 유리창에 하얗게 껴 있는 성에에서, 가을의 끝과 겨울의 시작을 느끼는 요즘이다. 2019. 11. 27.(수)

피구

초등학생 시절 난 키도 작고 힘도 약한 편이었다. 그래서 피구를 할 때, 한 손으로 빠르고 강하게 공을 던지는 친구들을 보면 참 부러웠다. 내가 던지는 공은 약했고, 상대편이 쉽게 잡았다. 어느 순간 공을 던지기가 싫어졌다. 자신감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피구가 재미없어졌다. 하지만 친한 친구들이 내게 힘을 줬다. 못 던져도 괜찮다고 응원해 준 친구들 덕분에 다시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 그 친구들이 참 보고 싶다. 2019. 11. 15.(금)

수능

내일은 수능이다. 2004년 11월 17일, 친구 아버지의 차를 타고 시험을 보러 갔다. 그날 아침 집을 나설 때 코끝에 닿았던 차가운 새벽 공기가 아직도 기억난다. 수능 시험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마치 전부인 것처럼 느껴졌었다. 내일 시험을 보는 수험생들도 아마 비슷한 마음일 것이다. 혹시 주변에 시험 보는 선배들이 있다면, 다른 말 대신 ‘그동안 수고했어’라고 말해 주면 좋겠다. 2019. 11. 13.(수)

빼빼로 데이

내가 어릴 적엔 빼빼로 데이 말고도 칸쵸 데이, 에이스 데이 등등 온갖 ‘데이’들이 가득했다. 누가 정했는지도 모르는 그 ‘데이’엔, 과자를 많이 받은 친구들의 의기양양한 모습과, 거의 받지 못했거나 줄 사람도 없었던 친구들의 의기소침한 모습이 대비되었었다. 과자 회사의 상술에 우리가 왜 상처받았던 걸까. 사실 과자보다 더 소중한 건 우리 자신인데 말이다. 2019. 11. 11.(월)

겨울 이불

장롱 속에서 잠자던 겨울 이불을 드디어 꺼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이불 속에 폭 파묻혀 있으니 정말 포근하고 따뜻했다. 이불 속에 너무 오래 있으니 답답해서 잠깐 얼굴 밖으로 뺐다. 조금은 차가운 방 안 공기가 코끝을 간질인다. 발끝이 밖으로 삐져나가지 않도록 이불 끝을 잘 정리하고 자리에 누웠다. 나도 모르게 스르르 눈이 감겼다. 행복한 꿈을 꿀 것만 같다. 2019. 11. 8.(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