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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호 의원님, 누가 '반대한민국' 입니까?

민군_ 2008. 12. 5. 14:35

- 어제 100분토론을 보고 분한 마음에(?)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보냈는데 채택이 되었네요.
처음으로 보낸 기사가 메인에도 뜨는 영광을 누렸답니다.
아무튼 제 블로그에도 제가 쓴 글인만큼 가져와 봅니다.



신지호 의원님, 누가 '반대한민국'입니까?

[주장] MBC <100분 토론>을 통해 살펴본 그들만의 '대한민국'  

 

요즘 대한민국의 정통성 논란이 뜨겁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소위 '좌편향 교과서', 바로 한국근·현대사 교과서가 자리하고 있다. 내용이 '반시장적·반미·친북'적이라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어긋나기 때문에 고쳐야 한다고 한다. 쉽게 말해서 '반대한민국'이란 얘기다.


5일 방송된 MBC <100분 토론> 또한 이 문제를 두고 김한종 한국교원대학교 교수(금성출판사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대표집필자), 김육훈 태릉고 교사(전 전국역사모임 회장),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 심은석 교육과학기술부 학교정책국장이 패널로 참석하여 토론을 펼쳤다. 워낙 첨예하게 대립되는 문제인 만큼, 마지막에 손석희 교수의 멘트처럼 의견이 모아지지 않은 채 아쉽게 마무리되고 말았다.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아마 기자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대한 의문, 좀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소위 '보수'라 지칭되는 이들이 이야기하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대해 의문을 지녔으리라 생각한다. 정말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이란 무엇인가. 또 하나, 신지호 의원이 토론 내내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던 말인 '반대한민국'이라는 무시무시한 말 속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



신지호 의원이 말하는 '친대한민국' 구분법 

신지호 의원의 홈페이지. 방송을 본 많은 사람들이 신 의원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 신 의원의 의견에 반대되는 내용이 대다수다. ⓒ www.shinjiho.com



이번 토론자 중 단연 기억에 남는 인물은 바로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이다. 그가 토론의 '달인'이었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것이 아니라, 그가 수시로 내뱉었던 말인 '반대한민국'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단어 자체만 놓고 본다면 상당히 위협적인 용어이며, 만약 대한민국이 입헌군주제라면 '반대한민국적인 교과서'를 만든 김한종 교수를 비롯한 집필진들은 대역죄인이 되므로 내일 아침 당장 사약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여기서 정말 궁금한 것은, 이 '반대한민국'이라는 단어의 주체는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대체 누구에 의해 정의된 '반대한민국'일까? 그렇다면 누구에 의해 금성출판사 한국근·현대사 교과서는 반대한민국적인 내용을 가르치는 교과서가 '되어 버린' 것일까?


명쾌한 해답은 아니지만, 토론을 통해 이 의문에 대한 힌트는 조금씩 얻을 수 있었다. 신 지호 의원과 심은석 국장은 계속해서 '금성출판사 한국근·현대사 교과서는 친북·반미·반시장경제적이므로 수정되어야 한다'라는 논지를 펼쳤고, 여기에 신 의원은 늘 그렇듯 '전교조'를 거론하며 색깔론을 펼쳤다. 또한 중간에 전화 연결된 서울시의원은 고교 역사 특강 기획 의도를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 그리고 시장경제'를 가르치기 위해 '건국 60주년'을 맞아 특강을 기획했다고 했다. 


결국 신 의원이 말하는 '반대한민국'의 개념을 충족하기 위해선 우선 '친북'이어야 하며, '반미'의 정신으로, '반시장경제'를 주장하고, 여기에 '전교조' 소속 역사교사라면 더욱더 확실한 조건을 갖추게 된다. 이쯤 되면 반대한민국이라는 것은 정말로 '대한민국'이 주체가 되어 정해진 내용이 아닌, '뉴라이트'를 비롯한 '우편향' 세력들이 정의한 개념이 아닌지 '대놓고' 의심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결국 이들에게 대한민국의 정통성이란 자유민주주의와 친미, 그리고 반북으로 정리된다. 신정환이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게스트들에게 던지는 마지막 질문처럼, '신 의원에게 대한민국이란?' 이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아마도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친미·반북·시장경제의 나라이다", 혹시 덤으로 "김구 선생은 테러리스트다" 정도의 답변을 추가로 들을 수도 있으니 바짝 긴장하고 있자.



정말로 '반대한민국'적인 것은 무엇일까


신지호 의원 ⓒ 유성호

검정과정을 무사히 통과했고, 전국적으로 51%의 사용률을 보이고 있는 금성출판사 한국근·현대사 교과서가, 전교조 교사 비율이 가장 적은 대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바로 이 교과서가 갑자기 '좌편향'이라고 공격받기 시작하였다. 김한종 교수가 토론 서두에 말한 것처럼, 바뀐 것은 정권밖에 없는데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한술 더 떠 교육과학기술부는 직권수정을 결정하였다.


이건 명백한 독재다. 나중에 후손들에게 가르치고 싶지 않은 역사다. 시장경제와 친미, 반북과 같은 것들이 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정의하는 데 쓰이는 개념인진 잘 모르겠지만, 서울시의원이 얘기했던 '자유민주주의'를 가지고 생각해보면 오히려 이 정권의 행동이 '반대한민국'적이다. 협의 과정 없이 교과서 글귀를 고치고, '우편향' 인사들을 초청하여 특강을 강제로 실시하고, 금성출판사 교과서를 사용하는 학교의 교장들을 불러 모아 연수를 하는, 이러한 반대한민국적이고 반자유민주주의적인 행태가 자유민주주의 땅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21세기인 2008년에서 일어나고 있다.

정부 주도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그들은 '잘못된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한 것'이라는 논지를 편다. 무섭다. 주도면밀한 의식개혁운동이 아닐 수 없다. 현 정부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펴기 위해 그들만의 '대한민국'을 강요하는 사회가 진실이 통하는 '대한민국' 사회라고 말할 수 있는가?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본 의견들을 '다른 의견'이 아니라 '틀린 의견'이라 말하는 지금의 분위기가 참으로 안타깝다.


정부 마음대로 '생각대로 하면 되고'?


토론 중 전교조와 관련된 발언이 이어지면서, 전교조 비율과 역사교과서 채택은 연관성이 없다는 말에, 신 의원과 심 국장은 '목소리 큰 소수가 다수를 지배한다'라는 논리를 폈다. 곧 소수의 목소리 큰 전교조 교사들이 다수의 우매한 역사교사들을 선동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이 더 어울리는 상황이 있다. 목소리 큰 소수인 정부가 직권수정, 여론주도 등의 방법을 이용하여 국민을 바보로 만들어버린 지금 이 사회가 바로 그 상황이다. 자신의 뜻에 어긋난다고 하여 제재해 버리는 이 사회에서, 자신이 듣고 싶은 대로만 듣는 정부를 둔 국민들의 한숨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뉴라이트의 정통성을 같은 것으로 착각하는 이들의 '반대한민국' 발언. 정말 '반대한민국'적인 것은 바로 자신들임을 깨닫길 바란다.



2008.12.05 11:19  ⓒ 2008 OhmyNews
출처 : 신지호 의원님, 누가 '반대한민국'입니까?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