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근처, 효자동 입구(거기가 청와대 들어가는 길이었던가요?)에서 밤새고
아침에 남부터미널에서 첫차 타고 돌아왔습니다.
그러곤 기숙사와서 쓰러지듯 자다가 아까전에 일어났네요...^^;;
아직도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아오 ;;
일단 기억을 되새겨가면서 어제 상황 간략히 정리해보려 합니다.
사실 시간같은건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대충 저런 상황이었다는 정도로 알아주세요^^
생중계로 많이들 보셨겠지만, 어떤 상황이었는지 제 글이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5/31 PM 3:30~4:30
마로니에 공원에 많은 대학생들이 모였습니다. 각자의 깃발을 앞세우고 모인 대학생 및 시민들의 수는 처음엔 그리 많진 않았지만,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났어요.
3시부턴 지난 3.28의 연장선인 '제 3차 교육공동행동'을 진행했습니다. 교육과 관련된 집회(등록금, 교육자율화 등)가 약 한시간가량 진행되었습니다.
PM 4:30~5:30
위 집회에 이어서 곧바로 광우병쇠고기를 규탄하는 집회가 계속 진행되었습니다. 광우병대학생대책위원장학생의 발언, 율동공연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PM 5:30~7:00
마로니에 공원에서 서울시청광장까지 행진을 하였습니다. 도로의 절반을 이용하여 행진을 하였고, 지나가던 시민분들도 저희 대열에 합류하여 함께 걸었습니다. 그렇게 행진대열은 점점 늘어났어요.
저희를 보며 많은 시민분들이 응원을 해주셨어요. 그렇게 시청앞 광장에 도착하니 그곳엔 벌써 몇만의 인파가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PM 7:00~9:00
촛불문화제가 시작되었습니다. MBC, KBS, SBS등 방송3사를 비롯한 온갖 카메라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저희 일행은 좀 늦게 와서 무대에서 무엇을 하는지 정확힌 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도로에 앉아 함께 촛불을 밝혔습니다.
그제 찍은 사진을 보면 시청앞 광장 안에만 사람들이 다들 모여있던거 같았는데.. 어젠 광장을 포함 근처 도로까지 모두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답니다. 10만이라고 하는데, 그 인원이 거짓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현장에서 교원대분들을 몇몇 더 만났습니다. 일단 총학깃발이 보이길래 그곳으로 합류하여 총학과 함께 이동하였답니다.
PM 9:00~11:30
거리행진이 시작되었습니다. 교원대는 집에 갈 사람과 계속 참여할 사람으로 나뉘었구요.
확실히 '배후세력 및 지도부'가 없다는 것을 느꼈던 거리행진이었습니다.
같은 곳을 몇바퀴 빙빙 돌았거든요.-_-;
제가 서울지리를 잘 몰라서 어디어디로 갔는지 정확하게 말씀은 못드리겠습니다만..
넉넉잡아 2시간동안 20km는 뛰어다닌 것 같습니다;
확실한건 그 동안 같은 길을 몇번이고 지나갔다는것.. 종각을 두번봤어요. ;
왠만한길은 닭장차로 막혀있었던 지라..
암튼 계속 그 근처 - 종로일대를 빙빙 돌다가 다시 시청광장으로 돌아오는 동안
수많은 인파에 쓸려 몇번이고 총학 깃발을 놓쳐서 헤메었지요
다시 시청광장에 도착했는데 세종로쪽이 뚫려있다는 얘길 듣고
바로 이순신 장군 동상이 보이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그 넓은 길은 차 대신 사람이 가득..
( 아 이곳에서 중간에 합류한 역사과분들을 놓쳤지요...; 어떻게 다들 괜찮으신지;)
공사중인 광화문앞에서 좌회전하여 효자동으로 들어가는 효자로는 이미 전경이.
그다음 블럭을 지난 길에도 전경들이 막고 있었어요.
대학생대열은 그곳에서 전경과 대치하다가 11시쯤 해산을 하였습니다. 광운대에서 열리는 한국 대학생대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라고 하네요.
이게 좀 아쉬운 대목이었던 것 같으면서도.. 뭐 암튼.
그곳에서 계속 이자리에 남아 시위를 할것인지, 아니면 광운대로 갈것인지에 대한 얘기를 나눈후,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기를 원했습니다. 그때 인원이 한 12명정도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총학분들은 광운대로 이동하였고, 남은 교원대 - 교편 및 일반학우분들은 계속해서 시위에 참여하였습니다.
우선 도로를 메우고 있던 대학생 대오가 거의 해산된 상태라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많이 모여있는 바로 옆 효자로쪽으로 이동하였습니다.
5/31 PM 11:30 ~ 6/1 AM 2:00
그때부터 경찰과 시위대간의 지리한(?) 공방이 계속 되었습니다.
저희가 있던 효자로뿐만 아니라, 그전에 대학생들이 해산했던 곳 뿐만 아닌 정부종합청사 쪽 세종로쪽에서도 계속적인 대치상황이 있었다고 하지만.. 일단 효자로 중심으로 얘길 해볼께요
효자로쪽은 버스 두대가 길을 가로막고있고, 옆 빈틈에 전경들이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그쪽으로는 많은 분들이 전경의 진입을 막기 위해서 서 계셨고, 버스쪽으로도 많은 분들이 계셨어요.
버스 옆에는 큰 가로수가 있었는데, 몇몇 분들은 그 나무를 타고 전경버스 위로 올라가서 퍼포먼스(?)를 하시다가 전경에게 일부는 연행되기도 하셨고, 격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하셨습니다.
일단 예비군부대들이 총출동하여 중간에 중재자 역할을 하셨지요;
그러던 중 살수가 시작되었습니다. 새벽 한시경이었나요? 갑자기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길래 보니 물대포를 펑펑.. -_-..
시위대들은 "세탁비! 세탁비!" 혹은 "수돗세가 아깝다!"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뉴스를 보셨겠지만 이 과정에서 여성분들을 포함한 몇몇 분들이 물에 맞아 쓰러지셔서 앰뷸런스에 실려가셨지요.
살수는 수십차례 계속되었습니다. 저도 한번 제대로 맞아서 꼭지가 팍 돌아서 별별 욕을 다 퍼부어버렸지만.. 많은 분들은 저보다 더 맞았을텐데. 순간이지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살수를 했던 상황을 정리해보면,
1) 전경과 시위대가 대치하던 쪽으로 집중 살수. 아마 전경이 그쪽으로 진압을 시작하려고 대치하던 시위대쪽으로 집중적으로 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들 엄청난 물을 맞아가면서도 전경이 못들어오도록 몸으로 계속 막았어요.
2) 버스 위로 진입한 시민들에게 거의 직빵; 으로 물을 쐈는데.. 아찔했습니다. 가뜩이나 물로 미끄러운 버스 지붕인데 물을 쏘아 대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실제로 일부는 밑으로 떨어지기도 하였습니다.
3) 그리고 무자비 살수..-_-.
AM 2:00~4:00
대치상황은 점점 고조되긴 하였지만 딱히 뭔가 새로운 상황이 생기진 않았습니다.
살수로 인해 많은 시민분들이 홀딱 젖어서 추위에 떨고 있을때,
누군가가 근처 쓰레기들을 모아서 도로에 불을 피웠고, 그래서 따뜻하게 몸을 말렸답니다.
어떤 시민분은 초코파이와 사탕을 잔뜩 사와서 나눠주었고
어떤 시민분은 안입는 옷가지를 챙겨와서 추위에 떨고 있는 분들께 입으라고 건네주셨습니다.
어떤 시민분은 우비를 잔뜩 들고와서 전경과 대치중인 분들께 나눠주셨고
어떤 시민분은 큰 비닐을 들고와서 시위대분들께 주셨답니다.
일부 언론에서 '누군가 계획적으로 하는게 아니냐!'라고 하셨는데
현장에 있던 한 사람으로서; 그렇게 보이진 않았답니다.
어디선가 대형태극기가 등장하였습니다. 월드컵 응원할때 쓰던 그런..
저희는 머리위로 태극기를 넘기며 대한민국을 외쳤습니다.
2:30분경, 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님께서 현장을 찾으셨습니다.
시민분들의 요청에 즉석 연설을 하셨는데, 역시 정치인은 말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문득... 명연설이었어요.
어쨌건 사람들은 계속 '이명박 물러나라' '협상무효 고시철회'등의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맞섰습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부상자가 속출했어요. 대부분 살수 및 전경의 구타에 의한 부상.. 시민뿐만 아니라 전경분들도 부상을 입고... 좀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시민들에 의해 구조되어 앰뷸런스로 인도되었습니다.
몇몇 시민들은 전리품(?)인 전경의 방패와 헬멧을 챙겨 가는 모습도 ....;;;
AM 4:00~4:30
한동안 시위가 소강상태에 이르고 있을 때, 많은 분들이 갑자기 반대편 도로로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경찰의 진압작전이 시작된 것입니다. 서대문쪽에서 많은 전경들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몸으로 막기 위해 반대편 도로로 달려갔습니다.
AM 4:30~5:00
이미 주변 골목 및 세종로 쪽, 정부종합청사 뒤 골목까지 전경들이 진입하고 있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포위당한 거죠 뭐...
그리고 등장한 엄청난 살수차.
아까의 물대포(아까는 전경들이 손으로 호스 들고 쐈습니다만)보다 수압이 몇십배는 더 되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을 향해 직접 발사.... -_-.
딱 거짓말 1g더 보태서 맞고 날아가더이다.
마치 베란다 물청소를 하듯이 쏵 쓸어버렸어요.. ;ㄷㄷㄷ
앞에서 전경과 대치하던 교원대 남학우 한분은 몸싸움 하다가 머리와 팔 등에 찰과상을 입으시기도 하셨지요. 안경도 잃어버리시고.. 전경이 군화발로 밟아서 입은 상처라고 하네요. 팔엔 끌려가다가 땅바닥에 긁혀 상처를 입으셨고.
진압에 이르기까진 10분도 안걸렸던 것 같습니다. 교원대 남학우 몇몇 분들도 계속 전경을 몸으로 막다가 상황이 여의치않아 몸을 피하셨고, 포위망 안쪽에 있던 여학우 분들을 비롯한 나머지 교원대분들 또한 근처 음식점건물 2층으로 몸을 피했습니다. 원래는 옆에 지하철로 피하려 했는데,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계단 입구가 막혀 있었다는..
포위망은 점점 좁혀들었고, 포위망을 벗어난 저희일행은 밖에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답니다.
아마 대부분의 부상자가 이 과정에서 부상을 입으셨던 것 같네요.. 참 안타깝고 죄송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바라보기만 했던 제 모습이 부끄러워서.
AM 5:00이후
포위망 바깥쪽으로 또다른 전경부대원들이 몰려왔습니다. 그리고 바깥쪽에 있던 시민들을 모두 몰아내고 인도로 올려 보낸다음, 뒤에서 어떤 분이 마이크를 들고 인도에 있던 저희들에게 이렇게 얘길 했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불법 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당장 해산하지 않으면..."
뭐 어쩌라는 거죠? -_- 인도에 있는 사람들한테..
'이것이 불법집회인지 아닌지 똑똑히 눈으로 보라!'라고 소리치던 한 여성분의 제안으로
근처 쓰레기들을 줍고 돌아왔습니다.
포위망 안쪽에서는 계속해서 치열한 대치가 계속되고 있었고,
세종로쪽에서 또 다른 시민 시위대가 오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왔지만
일단 저희는 마침 타이밍 맞춰서 열어준 지하철..-_-을 타고 남부터미널로 가서
아침 첫차를 타고 돌아왔어요.
에휴 뭐 이랬습니다. 두서없이 상황을 정리해보니 빠진 일도 여럿 있긴 하지만..
총과 칼이 없었을 뿐이지 거의 전쟁터같았달까요..
몇몇 언론에서는 시위대와 전경간의 충돌 및 무력시위를 강조하기도 하는데
시민들한테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몸으로 막고 물을 맞고 끌려가고 쓰러지고..
그렇게까지 폭력진압을 했어야 했는지..
세상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무척이나 많은 것 처럼
법과 질서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도 너무나도 많은데 말입니다.
아무튼 끝까지 남아서 함께한 교원대분들 정말 수고많으셨습니다..ㅠ
그리고 다치신 모 과 OO형님, 얼른 나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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