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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광역시교육청 보도자료. 학부모 및 학운위원을 초등임용시험 면접관으로 참여시키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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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광역시교육청에서 지난 2일 배포한 한 장의 '보도자료'가 임용시험을 앞둔 예비 교사 및 현직 교원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그 내용이 다름아닌 초등교사 임용시험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 교육청은 2일 학부모 및 학교운영위원(이하 학운위원)을 초등교사 면접위원으로 참여시킨다는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해당 자료에서 대구시 교육청은 2013학년도 초등교사 임용 면접시험부터 학부모 및 학운위원을 면접위원으로 참여시켜, 교육 수요자의 입장을 반영한, 그리고 학생들 눈높이에 맞는 신규교사를 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존 한 곳의 면접장 당 3명의 면접위원(내부위원)을 배치하던 것을, 학부모 및 학운위원 2명을 추가하여 총 5명의 면접위원이 초등교사 임용시험에 응시한 예비교사들을 평가하도록 할 계획인 것이다. 교육청은 이와 같은 정책의 기대효과로 "교육수요자인 학부모의 의견을 적극 반영함으로써 학생들 눈높이에 맞는 맞춤 교사를 선발하는 등 학교 현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 설명하였다.
대구교육청 "학부모 교사 선발에 참여"... 평가 객관성 우려 제기돼하지만 이런 좋은 의도(?)에도 현장 초등교사들의 반응은 대체로 싸늘한 편이다. 특히 많은 교사들은 시험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박아무개(34) 교사는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한 사람을 면접위원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시험의 공정성을 스스로 낮추는 행위"라는 반응을 보였으며, 김아무개(28) 교사 또한 "아무리 학부모 참여가 좋다고는 하지만, 비 전문가의 임용시험 면접관 활용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렇듯, 비록 교육의 주체 중 하나이자 수요자이긴 하나 교육전문지식은 다소 부족할 수 밖에 없는 학부모 및 학운위원의 면접위원 참여는, 시험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면접이라는 평가 자체가 주관성이 강하기에 객관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학부모 면접위원의 참여는 객관성 확보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한 교사는 이에 대해 "이 문제는 교육청에게 역으로 딜레마를 안겨줄 수도 있다"면서,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학부모 면접위원에게도 수치화된 면접 채점 기준표를 나눠 줄 수밖에 없을텐데, 그럴거면 학부모 위원 참여가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그냥 상징적인 의미 정도밖에 거두지 못할, 애초부터 반쪽짜리 정책"이라 꼬집었다.
예비교사들의 반응도 비슷한 편이다. 대구교육대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이아무개 학생(22)은 "학부모들이 물론 교육에 관심이 많겠지만, 면접 시험에 면접관으로 들어와서 평가할 만큼 교육에 대해 많이 알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고 얘기했다. 또한 "지역교대의 특성상 대구 혹은 근교지역 출신 예비교사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들의 지인이 면접관으로 들어올 수도 있지 않은가?"라면서, 또 다른 측면에서 시험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다.
자꾸만 변동되는 임용 시험 정책에 대한 불만도 눈에 띄었다. 한 학생은 "지난 9월 말, 갑자기 면접에서 인성 및 상담영역에 대한 평가를 추가로 한다고 하더니 이제는 학부모를 면접 위원으로 쓰겠다고 한다, 이렇게 정책이 급작스레 바뀌면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라며 볼멘 소리를 뱉었다. 이에 덧붙여 "물론 교생실습 등의 교육과정을 통해 현장을 체험하긴 하지만, 아직 교단에 서지도 못한 우리가 '학생 눈높이 맞춤형' 교사를 뽑는 현장 중심형 문항에 제대로 답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도 표했다.
학부모 "취지는 좋으나 현실적인 운영 어려울 듯"그렇다면 학부모들의 입장은 어떨까? 고2와 초등학교 5학년 두 자녀를 둔 학부모 박아무개(46, 대구 수성구)씨는 "솔직히 처음 신문을 통해 기사를 접했을때 의아했다"면서, "학부모 또한 천차만별일텐데 어떤 교육적 마인드를 지닌 학부모가 참여하게 되는 건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만약 내가 참여하게 된다면) 제대로 평가를 내리지 못할 것 같다, 어떤 기준으로, 무엇을 알고 평가를 해야할까? 적어도 내 주변 사람들은 대체로 반대하는 분위기"라며 본 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최아무개(46, 대구 동구)씨 또한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전체적인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우리나라 제도가 항상 그렇듯 취지보다 운영에서 문제점을 많이 보여 왔기에, 이번 정책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물론 나보다 교육에 더 관심이 많고, 똑똑한 학부모들은 참여하고 싶어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대부분 맞벌이에 자기 생활도 바쁠텐데 면접위원 참여도가 높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이번 논란은, 겉으로는 초등교사 임용을 둘러싼 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이 논란은 그간 교육의 본질 및 특성과 무관하게 집행되어 온, 행정 중심적 사고의 연장선상에서 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이 것이 많은 교사들의 지적이다. 교실, 교권, 수업, 학교현장 등 교육을 구성하는 특징적인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은, 책상에 앉아 행정적인 요소만 고려하여 정책을 만들다 보니 이런 논란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아무개(27) 교사는 "만약 임용시험에 합격 후 발령을 받았는데, 그 반 학부모 중 한 명이 자신에게 최하점을 준 면접관일 수도 있는 일"이라며, 교사-학부모 사이의 신뢰 붕괴 및 교권추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결국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갈등만 조장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논란을 바라보는 한 교사의 지적은 되새겨 볼 법하다.
"(교육은 교사, 학생, 학부모 할 것 없이 모두가 함께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매사 교육정책을 학부모와 교사의 대결 구도로 끌고 가려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답답해요. 이런 정책들은 표면적으로 학부모들의 지지를 받게 될 것이고, 교사들은 여론에서 밀려나겠죠. (행정 전공이 아닌) 현장출신 교육감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덧붙이는 글 | 현재 이와 같은 논란들을 정리하여 대구시교육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질의를 올렸으나, 아직까지 답글이 달리지 않고 있습니다. 답글이 달리는대로 후속 기사를 쓸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