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작은목소리

10월 5일 투쟁에 앞선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학생회 성명서

민군_ 2007. 10. 4. 14:38
 

- 교육여건 개선, 국공립대 통폐합 반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반대를 위한

10월 5일 전국초등예비교사 총 궐기에 앞선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학생회 성명서 -


  우리 초등예비교사들은 작년 11월,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뜨거운 가슴으로 외쳤던 구호를 아직 잊지 않고 있다. 그 뜨거웠던 투쟁의 불씨는 비단 갑자기 줄어든 TO에서 시작된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그것이 초등교육의 전문성을 해치고,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늪으로 우리를 몰아넣으려는 교육부의 어둡고도 치밀한 정책에서 시작되었음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우린 작년의 투쟁을 통해 2006-2020 중장기초등교원수급정책의 재검토 및 학급총량제 폐지 등의 성과를 얻어내었다.

 

  그리고 약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다시 길거리로 나서려 한다. 그것은 교육부가 놓은 신자유주의의 덫이 아직 치워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교육부는 출산율 감소라는 이유를 들어 TO를 감축했다. 정말 그들이 ‘출산율감소’라는,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오던 사회적 문제를 몰랐던 것일까. 아니다. ‘출산율감소’는 그럴 듯한 변명일 뿐이다.  2001년 중초임용을 대거 시행하고, 2005년엔 ‘초등 교원이 부족하다며’ 경인교대 경기캠퍼스를 세웠던 교육부가 1년 만에 저 출산으로 인해 교원이 필요 없다고 말을 바꾸고 있다.  교육부는 TO감축을 통해, 단지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경쟁’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목적교대’라는 초등교육의 전문성을 지켜내기 위한 우리의 노력을 깨부수려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도 신자유주의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작년 우리는 투쟁을 통해 경인교대와 한경대, 그리고 평택재활복지대의 통폐합을 막아냈다. 또한 울산대학교에 초등교육과가 설립되려 했으나 그것 또한 막아내었다. 그러나 올해 6월, 제주교대는 학생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제주교대와 통폐합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교육혁신위원회는 교사를 양성하는 기관인 교·사대의 내실을 키우는 것이 아닌, 오히려 교·사대를 없애고 2년제 교육대학원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들고 나왔다. 그뿐만이 아니다. 작년 우리를 들끓게 했던 2006-2020 중장기 초등교원수급정책은, 향후 몇 년간의 TO는 늘었지만 결과적으로 끝은 더 퇴보되어 우리의 눈을 속이고 일시적으로 입을 막기 위한 2007-2020 수급계획으로 둔갑했다. 경제의 논리에 밀려 농산어촌에선 지금도 작은 학교들이 속속들이 사라지고, 도시의 교실은 여전히 콩나물시루를 방불케 하지만 교육부는 이러한 교육 여건 개선엔 뒷짐을 지고 있다. 오히려 초등교원의 질 향상을 운운하며 논술과 영어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임용시험 개정안을 들고 나왔다.


  우리는 이러한 정책들이 초등교육의 전문성에 대한 기만이라 생각하기에 다시 한 번 길거리로 나선다. 교육부, 그들이 생각하는 초등교육의 전문성은 무엇인가? 바로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경쟁이다. 지금까지의 정책들이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되묻는다. 교·사대가 아닌 노량진에서 키워지는 교사가 ‘질 좋은 교사’인가? OECD 국가 평균을 훨씬 웃도는 우리나라의 학급 당 학생 수를 개선할 의지는 없는 것인가? 교육이 경제의 논리에, 신자유주의의 논리에 놀아나고 있는 이 현실이 정말 옳은 것이라 생각하는가.


  우리의 외침은 비단 우리만을 위한 외침이 아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1점이라도 앞서기 위한 ‘경쟁’이 아닌 더불어 사는 ‘인간’을 가르칠 선생님의 꿈을 키우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 온 예비교사들이 그 진심을 담아 아이들 앞에 서기 위해 외치는 외침인 것이다.


  위와 같은 잘못된 정책에 대한 우리의 분노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 초등예비교사들은 잘못된 정책에 대해 꾸준히 한 목소리로 반대해왔다. 이런 우리의 뜻과 의지를 무시하고 방관한 채 안일한 정책으로 일관하는 교육부를 규탄한다. 교육부는 지금이라도 당장 경제의 논리, 돈의 논리, 신자유주의의 논리에서 벗어나, 정말 교육적인 관점으로 우리나라의 교육을, 그리고 우리들을 바라보아야 한다. 교육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중요한 주춧돌이기에, 우리는 지금과 같은 반교육적 정책들이 다시는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지켜볼 것이다. 교육부는 우리가 반교육적 정책들에 분노하여 또 다시 길거리로 나서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 만약 우리의 요구를 흘려버리고 계속해서 잘못된 정책으로 일관한다면 이 땅의 교육을 짊어지고 있는 모든 교육주체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이에 우리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학생회는 전국교육대학생대표자협의회(교대협)와 함께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하나, 2007-2020 중장기 초등교원수급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라!

- 하나, 농산어촌 교육 지원 특별법 통과를 적극 지지한다!

- 하나, 교과전담교사를 확대 배치하라!

- 하나, OECD 국가수준(16.9명) 교사 당 학생 수를 보장하라!

- 하나, 교육혁신위의 미래교육비전2030 보고서를 반대한다!

- 하나, 초등교육 전문성 훼손하는 제주교대 통폐합을 즉각 중단하라!



2007. 10. 4

무한도전 22대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학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