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작은목소리

파병연장에 반대합니다.

민군_ 2007. 10. 23. 22:48
고2때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계정이 날아가서 흔적도없이 사라졌지만-_-
블로그와 싸이에 익숙해져 없어진 홈페이지.

2003년 3월 21일이던가,
그날 신문 머릿기사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었다.

그날 내 다이어리엔 늘상 쓰던 검은색 모나미 볼펜이 아니라,
밑줄칠 때나 쓰던 빨간색 펜을 이용하여
분노에 찬(?) 글을 마구 써내려갔었다.
홈페이지에도 물론, 빨간색 폰트로 당시 가졌던 생각들을 타이핑 했던 기억이.

그리고 1년 3개월 정도 지난 후엔
김선일씨가 피랍되어 끝내 돌아오지 못한 사건이 있었고,
그때도 잘 쓰지않던 빨간색 펜으로 일기를 썼었다.
마침 그때 일기가 싸이 게시판에 보관되어 있길래 옮겨본다.

작년 3월 21일 경이었던것으로 기억한다.
"악의 축" 이라크를 향해, 미국의 미사일이 바그다드에 떨어진 날.
그날 일기를 쓰면서
난 잘 쓰지 않던 빨간색 펜을 들고 끄적였다.
왠지, 검은색 펜은 내 감정을 대신할 수 없을 것 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빨간색을 선택했다.
김선일.
오늘 아침 신문에서 "...살아있다"는 말을 보고 안도하는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란다.
"살해"되었단다.
목이 잘려, 버려졌단다...

하루종일 우울했다.
하나는 그 잔인함에.

그리고 또 하나는, 이런 죽음을 보며 "목은 한번에 안 베어진다"느니, 하며
사건을 장난인 마냥 웃음짓는 친구 때문에.

마지막으로, 그래도 파병을 해야 한다는,
조속히 파병했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그리고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 떠넘기려는 국회의원들 때문에.

그렇게 파병함으로서 무엇을 얻는가.
전후 세계질서를 재편하려는 미국의 등에 붙어서
우리는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는가.

이미 그 정당성을 상실한 전쟁이다.
일부는 "복수심"에 불타서, 당장이라도 파병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제 2, 제 3의 김선일을 낳는 꼴이다.

분명, 인질을 잡아 협박하고,
그리고 "참수"라는 정말 끔찍한 방법을 사용한 그들의 잘못도 크다.

하지만, 애초부터 우리가 이렇게 이라크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더라면
부시 행정부의 뒤를 따르지 않았었더라면
오늘같은 일은 없었을 테지.

김선일씨의 죽음을 "안전불감증의 부재"정도로 여기는 국회의원님들.
그렇게 아직도 할 말이 많으신지, 걱정스럽다.

(2004년 6월 25일 일기)



(위 일기를 통해 알수있는 석민군의 당시 성격은
꽤나 반사회적이고 반항적이었음을 알수있다-_-)


-

오늘 노무현대통령이 파병 연장을 한다는 요지의 대국민담화를 했다.
<관련기사>
연합뉴스 - 노대통령 "자이툰 철군시한 내년말로 연장"
http://www.yonhapnews.co.kr/politics/2007/10/23/0501000000AKR20071023174700001.HTML


철군한다고 해놓고 약속을 버렸니, 어쨌니,
다른나라도 다 철군하는판에 우리는 이게 뭐니, 저게 뭐니,
대선후보 누구는 찬성하니, 누구는 반대하니 하는 이야기는
굳이 여기서 하지않더라도 많이들 할 터이니 접어두고.

다만
아무리 누구 눈에는 테러리스트들로 가득 찬 땅이라서
악을 징벌해야 하는 선의 운명에 따라 그곳이 징벌의 대상이 될진 모르겠지만
그곳에도 우리네 어머니와 아버지
우리네 아이들이 살아가는,
이라크 민중들이 살아가는 곳이라는 것
.

그들의 피로 우리가 얻을 이익은 무엇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파병에 관한 내 생각은
고2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올해 안으로 모든 사업을 마무리 후 철군하는것.
그 약속을 지키길 바란다.





Daum 블로거뉴스
블로거뉴스에서 이 포스트를 추천해주세요.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