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지/2012_영국, 프랑스

[2012영국/프랑스] 셋째날(2) - 런던의 중심으로 향하다

민군_ 2013. 1. 11. 01:25


셋째날 1편 요약 런던도착 → 올림픽 보러 감 → 여자핸드볼 봄 → 배고픔 → 점심먹으러 가야지! 룰루!

셋째날 2편 일정 내셔널 갤러리 - 웸블리 스타디움 - 얼스 코트


  형주와 내셔널 갤러리(The national gallery) 앞에서 만나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그렇게 런던 올림픽파크(Olympic park)를 나섰다. 올림픽파크는 여러 방향으로 문이 나 있었는데, 괜히 다른쪽 문으로 나갔다가 길을 헤멜까 싶어 아까 들어왔던 스트랫포드(Stratford)역 방향 문을 이용했다. 관광객들을 위한 핑크핑크빛 안내판이 눈부시도록 붙어 있고, 중간중간 자원봉사자들도 워낙 많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역에 도착했다.

  

어두운 도시의 핑크빛 포인트, 올림픽 안내판!


스트랫포드 역 내부에서. 어둡게 나왔네.


  가지고 갔던 영국여행 책자를 살펴보니, 내셔널 갤러리에 가기 위해선 채링크로스(Charing cross)역에서 내려라고 안내가 되어 있다. 나는 시키는대로 잘하는 모범생이므로, 스트랫포드역에서 출발한 후 토트넘 코트 로드(Tottenham Court Road)역에서 내려 노던라인(Northern Line)으로 갈아타고 채링크로스역까지 가기로 하였다. 


건너편이 채링크로스 기차역!


  출구를 잘못찾아서 조금 떨어진 채링크로스 기차역(지상역)쪽으로 나왔다. 워어, 이게 기차역이라니. 이거슨 예술이야.. ㅠㅠ


  주위를 둘러싼 건물들 하나하나가 참 독특하고도 아름답다. 언뜻보면 건물들이 모두 옆으로 이어진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건물에서 풍겨져나오는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다. 게다가 길도 좁아서 그런지, 길을 걷다보면 양 옆에서 웅장한 느낌의 건축물들이 날 내려다보는 것 같았달까.


넬슨 기념탑이 우뚝 서 있는 트라팔가 광장


좋댄다


  트라팔가 광장(Trafalgar square)에 도착했다. 높이 55m의 넬슨 기념탑이 웅장하게 서 있으며, 주변은 여행객과 런더너들로 분주하다. 런더너들이 가장 즐겨찾는 곳이라는 트라팔가 광장. 광장 한켠에 세워진 런던 올림픽 안내판만 아니라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 유럽으로 들어온 기분이다. 정말 얘네들은 조상 잘만나서 이렇게 잘 사는구나 싶다. 물론 나라와 문화권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아쉬운건 사실이다.


  어쨌거나 이곳에 도착하니, 정말로 진짜로 참말로 레알 런던에 온 것 같은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시간을 보니 대략 점심시간. 배도 슬슬 고파오는 것이, 나름 시차적응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형주를 만나 점심을 먹으러 갔다. 오늘 첫 메뉴는 피쉬 앤 칩스!


요것이 피쉬 앤 칩스


  내셔널갤러리 뒷편으로 돌아가니 식당이 엄청 많이 있었다. 이곳저곳 눈팅하다가 한 식당에 들어가, 어째저째 피쉬 앤 칩스 2인분을 주문했다. 그리고 뭔가 뿌듯했다. 나란 남자 영어로 주문하는 남자. 물론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제대로 주문했을까, 하며 걱정했다는건 함정.


  영국여행 전 열심히 블로깅하며 느낀건데, '피쉬 앤 칩스'에 대한 평들이 워낙 다양했던지라 , 뭐 그래봤자 물고기 튀김에 감자튀김 맛이겠지, 하며 큰 기대는 안하고 있었다. 그런데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 아님 런던에서의 첫 메뉴라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생각보다 맛있었다. 생선튀김도 바삭바삭 감자튀김도 바삭바삭 ㅋㅋ 


트라팔가 광장에서 바라본 내셔널 갤러리.


  점심을 먹고 내셔널 갤러리로 향했다. 일단 좀 있다 웸블리 스타디움으로 가야 했으므로, 그 전까지 잠시 내셔널 갤러리를 구경할 생각이었다. 음 그런데 줄이 길다. ㅠㅠ 뭐 그래서 두리번 거리고 있었는데, 옆에 내셔널 갤러리와 연결되어있는 것 처럼 보이는 건물이 있었다. 아마도 내셔널 포트레이트 갤러리(National Portrait Gallery)였던 것 같다. 거기는 줄이 별로 없는 것 같아, 그쪽으로 향했다.


  간단한 소지품 검사와 검색대를 거친 후에야 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안에서는 카톨릭 성화전이 열리고 있었다. 나와 형주 모두 천주교 신자였던지라, 이런저런 성당 얘기를 하며 둘러보았다. 흠, 그런데 은근 힘들다 ㅋㅋ 처음에는 우와! 하면서 봤는데 나중엔 그 그림이 이 그림같고 막.. 난 쫌 교양있는 남자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것이었다. 쳇. ㅠㅠ 



  시간이 되어 웸블리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나는 미리 티켓을 구했었지만, 축구의 경우는 현장판매분량도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형주도 함께 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촉박할 것 같아 조금 서둘렀다. 채링크로스 역에서 베이컬루라인(Bakerloo line)을 타고 베이커 스트리트(Baker Street)역에 내린 후, 다시 메트로폴리탄 라인(Metropolitan Line)을 타고 웸블리파크(Wembley park)역에 내리니... 헉!


사람보소 ㄷㄷㄷㄷ


  아니, 한국과 가봉의 축구경기에 이렇게 많은 인파가 무리지어 경기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영국사람들의 축구 사랑이 유별나다고는 하지만 그런 이유때문에 이렇게나 많이 몰리는 건가? 싶을 정도로. 정작 한국과 가봉 응원단은 잘 보이지도 않는다.


축구의 성지, 웸블리 스타디움


  수많은 인파를 뚫고 경기장으로 향했다. 곧 웅장한 규모의 경기장이 눈 앞에 펼쳐졌다. 영국 축구의 성지라 불리는 웸블리 스타디움! 어마어마한 규모의 아치가 눈에 들어온다. 저런건 어떻게 세운거지. 뜬금없지만 건축이라는건 참 신기한 것 같다.


  어쨌거나 티켓을 구해야 하는데, 얼레, 줄이 너무 길다. 게다가 좀 있으니 저 멀리서 직원이 'Sold out'이라 적힌 팻말을 가지고 돌아다니고 있다(나중에 집계된 경기장 인원은 약 7만7천여명. 자리 넉넉했는데ㅠㅠ). 더불어 암표상 포리너들도 돌아다닌다. 근데 제일 낮은 등급을 60파운드에 팔겠댄다. 쳇. 어쩔수 없이 형주와는 나중에 보기로 하고,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내 자리는 거의 운동장 천장(?)쯤에 위치한 자리. 


경기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


홍명보 감독 뒷모습 ㅋㅋ


박주영 선수와... 누구지?


  조금 늦게 들어가서 그런지, 이미 경기는 시작되어 있었다. 한국에서 구한 티켓이라 내 주변엔 한국인들이 좀 많다. 근데 경기장 대부분은 영국인들이다. 내 앞줄에 앉은, 티비에서 박지성 경기틀면 나올법한 영국 아저씨들은 첼시인지 아스날인지 모를 응원가를 그냥 불러대고 있다. 딱히 응원하는 팀은 없어보이는데, 그냥 축구 그 자체를 즐기는 것 같았달까.


  저 아래 박주영, 구자철, 기성용 선수 등이 보인다. 홍명보 감독도 보인다. 우리나라 사람들과 함께 있으니 그나마 좀 응원할 맛도 난다. 열심히 응원하고 있으니 아까 그 영국 아저씨가 뭐라뭐라 말을 건다. 당.연.히. 100% 못알아들었다. 헤이 맨 요기까지 딱 알아들음. ㅠㅠ


  경기는 다소 지루한 가운데, 0:0 무승부로 끝이 났다. 하지만 조2위로 8강 진출 성공! 짝짝짝짝!



  경기가 끝나고,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일단 나가기 전에 인증샷 몇장 날리고 있는데, 앞에서 캐논 DSLR 카메라를 든 한국인 관광객 한 분이 사진을 부탁했다. 기꺼이 찍어드린 후 카메라를 잠깐 보았는데, 카메라 윗 부분에 이 분 성함이 적혀있다. 음 근데 익숙한 이름이다...?


  "저기 혹시 한국에서 저한테 양궁 티켓 판매하신 분 아니세요?"

  "아, 그... 군인이세요?"


  한국에서 구한 두 장의 올림픽 티켓 중 인터넷 카페를 통해 개별적으로 구매한 남자 양궁 티켓이 있었는데, 그 티켓 판매자 분이었던 것이다(http://jomang.tistory.com/330). 세상은 좁고 웸블리는 더 좁다. 게다가 학교 선생님이시란다. 반가워요 효겸샘~ ㅋ 


  선생님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역으로 향했다. 올 때 이용했던 웸블리 파크 역은 너무 붐빌 것 같아, 웸블리스타디움 역에서 런던 시내(?)인 매릴번(Marylebone)역까지  튜브가 아닌 일반 기차를 타고 가자는 효겸샘의 조언을 따르기로 했다. 운 좋게 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여행 얘기를 나누었다. 올림픽 경기를 보기 위해 런던에 오셨다는 선생님. 티켓만 열장 넘게 구입하셨다고 한다. 부러워요 샘.. ㅠㅠ 


오늘 저녁은 맥도날드 ㅋㅋ


한국의 맛(?), 햄버거.


  역에 도착하여, 선생님과 헤어진 후 거리로 나섰다. 마침 형주도 근처 베이커스트리트 역 근처에 있다고 해서, 같이 간단히 저녁을 먹기로 했다. 눈에 들어온 곳은 다름아닌 맥도날드! 영국에서 한국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그 맥도날드! ㅋㅋㅋㅋ 나중 얘기지만, 맥도날드는 정말 자주가는 곳 중 한 곳이 된다. 뭔가 좀 슬프지만.. 



  저녁도 먹고, 배도 부르지만 아직 오늘의 일정은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 일정은 얼스코트(Earl's court)에서 열리는 한국:브라질의 여자배구 조별예선전! 사실 브라질은 여자배구 세계랭킹 2위인지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뭐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한 경기라도 더 보자, 하는 마음으로 구입한 티켓. 


  얼스코트는 첫날 환승차 들렀던 얼스코트 역에서 걸어 10분정도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베이커스트리트 역에서 회색 주빌리 라인(Jubilee Line)을 타고 그린파크(Green Park)역에 내린 후, 파란색 피카딜리라인을 타고 얼스코트 역에 내려 걸어갔다. 


얼스코트 경기장! 원래는 공연장 용도로 쓰는 건물이랜다.


후끈 달아오른 경기장


  아직 미국:중국의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던 지라, 힘들게 응원단을 비집고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조금 있으니 경기가 끝나고, 한국과 브라질 선수들이 나와서 몸을 풀기 시작한다. 저 멀리 김연경 선수도 보인다. 


멀리서 찍어 좀 어두운 김연경 선수


경기 시작!


  잠시후 경기가 시작되었다. 역시나 장내 아나운서의 신나는 목소리와 동시에, 퀸의 we will rock you가 흘러나온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발을 구르는데, 이 경기장 자체가 임시로 지어놓은 경기장이다 보니 금세라도 무너질것만 같다. 관중석이 심하게 울린다 ㅋㅋ


  어쨌거나 역시 브라질 공격은 매섭다. 손쉽게 선취득점을 따 낸다. 음 그런데 우리도 꽤 잘한다. 김연경 선수의 공격력은 가히 놀라울 정도다. 이거 잘하면 이기겠는데...? 어...? 1세트 이겼네...? ㅋㅋㅋ


저렇게 화면에 잡히면... 신나게 두드리면 된다.


공격 성공? 블로킹?


  2세트도, 3세트도 엇비슷하게 가는가 싶더니, 세트 막판 뒷심을 발휘하면서 연거푸 세트를 따내었다. 3:0 완승이다. 드디어 올림픽 관람 첫 승! 사실 내가 스포츠 경기를 보러가면 보통 비기거나 지는 경우가 많았기에 오늘도 불안불안했는데,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이기다니! 오예오예! ^^


  혼자 신나서 태극기들고 방방 뛰고 있으니, 뒤에서 경기를 보던 한 영국인 부부가 신기하다는 듯 날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내게 들고있던 태극기를 빌려달라고 했다. 뭐때문이지? 했는데 태극기를 들고 사진을 찍는 것이다. 그들이 올림픽을 즐기는 방법인듯 했다. 나한테 고맙다며, 내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다. 오 땡큐! 하면서 포즈를 잡았다.


초점 어디갔어...ㅠㅠ


  사진은 감사하나, 나.. 합성된거임? ㅠㅠ 이래서 DSLR은 아무에게나 맡기면 안된다. 



  경기가 끝나니 밤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다. 뭐 이래 늦은 시간까지 올림픽 경기를 하는가 싶기도 하다. 아까 내렸던 얼스코트 역에서, 다시 하이 스트리트 켄싱턴역으로 향했다. 급 피로감이 몰려온다. 첫날부터 너무 열심히 움직였나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다.


  어제 걸어왔던 길을 걸어 호스텔에 도착했다. 밤엔 문을 잠궈 놓기 때문에(안전 제일!) 초인종을 누르니 문을 열어주었다. 어제 체크인을 하면서, 오늘 방을 옮겨야 한다는 얘길 들었기에 물어보니 다른 방 키를 준다. 어제 썼던 방보다 조금 더 큰 방이었는데, 이미 몇몇은 곤히 잠들어 있다. 조심스레 짐을 풀고 씻고 자리에 누웠다. 내일은 또 어떤 하루가 펼쳐질까? 


20120730 - 20120818 민군의 유럽여행기 ⓒ 김석민

Nikon D70s + Tamron 18-200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