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02; 웸블리 아레나 - 런던아이 & 빅벤 - 애비로드 - 로드 크리켓 그라운드 - 라이시엄 극장 - 템즈강 야경 in 런던
눈을 뜨니 7시다. 어제 좀 늦게 들어와서 그런지 조금 더 잤다. 그래도 이정도면 잘 일어나고 있는거 아닌가? 말년병장이 이렇게 일찍 일어나다니. 주변을 둘러보니 아직 다들 꿈나라다. 하긴 여행지에서 아침부터 일어나서 준비하는 사람은 한국사람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언뜻 들은듯도 하다. '부지런한 한국사람'의 여집합 정도 되는 나도 여기서는 부지런한 축에 속하고 있다. 뭐, 며칠 더 지나봐야 알겠지만.
오늘도 예의 그 높은 세면대에서 낑낑대며 머리를 감고 세수를 했다. 그리고 출발! 오늘은 웸블리스타디움 옆에 자리한 웸블리 아레나(Wembley Arena)에서 이용대/정재성 선수의 배드민턴 남자복식 8강전 경기를 본 후, 런던의 상징 빅벤(Big ben)과 런던 아이(London Eye)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오후에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Lord's Cricket Ground)에서 열리는 여자양궁 단식 결승전! 무려 결승전! 경기를 보러 갈 것이다. 우히히! 설마 결승에 아무도 못 올라가는 건 아니겠지? (…) 저녁엔 라이시엄 시어터(Lyceum theatre)에서 뮤지컬 '라이온 킹'을 본 후, 야경을 보고 돌아오려 한다. 오늘도 빡센(?) 하루가 되겠구나.
홀랜드 워크를 따라
이곳 호스텔에선 아침 7시 30분부터 아침을 제공했는데, 물론 공짜도 아니었거니와 일정 시간과도 맞지 않아서, 지하철역 가는 길에 있는 테스코에 들르기로 하였다. 요렇게라도 조금씩 돈을 아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우리나라와 단순 비교를 하자면 꽤나 비싼 물가를 자랑하는 런던. 뭐 나중엔 1파운드가 천원처럼 느껴지곤 한다. 실제 환율은 1파운드가 1800원정도.
오늘 아침. 내 손 왜이리 할배손 같노.
버스정류장에서 품격있게 커피 드링킹
오늘의 첫번째 목적지인 웸블리 아레나로 가기 위해 하이 스트리트 켄싱턴(High street kensington)역으로 들어섰다. 노란색 써클라인(Circle line)을 이용하여 에지웨어 로드(Edgware Road)역으로 간 다음, 분홍색 해머스미스 앤 씨티 라인(Hammersmith & City Line)을 타고 베이커스트리트(Baker Street)역에서 내린 후, 다시 자주색 메트로폴리탄라인(Metropolitan line)을 타고 웸블리파크(Wembley park)역에 내려 걸어갈 계획이다.
어이 신문 너 뭐라는거냐
기차 언제쯤 오려나?
잠시 후, 열차가 도착하였다. 이제는 조금 여유롭게(?) 열차에 올라타서, 마치 우리나라 지하철 1호선에 탄 마냥 빈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리다 자리에 앉았다. 그래도 어제 열심히(?) 지하철 타는 연습(!)을 해서 그런지 환승도 여유롭게 척척! 뭔가 현지인 같기도 하고 막 그래!
메트로폴리탄 라인 열차 내부. 깔끔하네~
어제 찾아갔던 웸블리 스타디움!
웸블리 스타디움 옆 웸블리 아레나
웸블리파크역에 내렸다. 어제 축구경기를 보기 위해 찾아갔던 웸블리 스타디움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어제 사람으로 바글바글하던 풍경과는 대비되는 오늘의 모습이다. 한가하고, 또 평화로운 느낌이다. 그래도 여전히 아치모양의 조형물은 꽤나 웅장하다.
웸블리 아레나는 웸블리 스타디움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다. 역시나 핑크핑크빛 표지판을 따라가니 경기장 입구가 나온다. 소지품 검사를 하고, 깜빡하고 가방에 넣어둔 물을 모두 비운후(ㅠㅠ) 경기장 안으로 들어섰다. 경기장 안에선 이미 남자 복식 경기가 진행중에 있었다. 겨우 자리를 찾아 태극기를 펼쳐드니 역시나 주변 관중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한국 대행사에서 예약 못한 슬픔이라니.
옆자리엔 영국인 할머니가 앉아 있었다. 혹시 한국 경기가 시작되었냐고 물으니, 아직 시작되지 않았고 이게 오늘 첫경기라 알려준다. 그리고 지금 경기 중인 선수들이 어느 나라와 어느 나라며, 어느 나라가 앞서고 있는데 저기 저 선수가 참 잘한다는, 묻지도 않은 얘기도 막 해주신다. 그리고 너는 어느 나라에서 왔으며 영국엔 언제왔고 무슨 경기를 볼 것인지 물어보신다. 이거 입국심사 받는 느낌이다.ㅠㅠ 뭐.. 우리나라나 영국이나 할머니들은 참 정(?)이 많은 것 같다.
아직 우리경기가 진행되기 전인 배드민턴 경기장
작전타임!
잠시 후 진행되던 1, 2 경기가 끝나자, 드디어 한국의 이용대-정재성 선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 멀리 태극기를 단체로 들고 있는 한국 응원단이 보인다. 아 나도 저기 끼고 싶다... 그나마 다행인건 내 근처에 인도네시아 응원단은 안보인다만. 어쨌거나, 서로 셔틀콕을 주고 받으면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경기 시작!
리시브!
이용대 스매싱!
아무도 안하는데 혼자 세리머니 하는 용대선수 ㅋㅋ
경기 초반 나름 치열하게 전개되던 경기는, 어느순간 우리 쪽으로 분위기가 넘어오는가 싶더니, 세트스코어 2:0으로 승리! 경기가 끝나고 이용대 선수는 홀로 관중석을 향해 세리머니를 했다. 아.. 이쪽 좀 봐주지.. 뒷모습만 보여주다니..
옆자리 앉아있던 영국 할머니 또한 함께 축하해주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얼른 가서 결승전 티켓 사는게 어때~? blah blah~ "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이긴 경기라서 그런지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오늘은 웸블리파크 역도 그다지 붐비지 않을 것 같아,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뭐 여기까지 온 김에 웸블리스타디움 출석부(?) 사진도 찍어야 할 것 같아, 런던의 흔한 올림픽 자원봉사자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그랬더니 친절하게 들고 있던 손가락모양 장갑(?)도 빌려준다. 기분 좋게 찰칵!
웸블리입니다. 찰칵!
웸블리파크 역 입구
그다지 배도 고프지 않고, 오후 경기까지 시간도 좀 남고 해서, 일단 런던에 왔으니 어쩐지 꼭 봐야만 할 것 같은 숙제(!)들을 해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바로 런던아이와 빅벤! 과거와 현재를 어우르는 런던의 대표 건축물들이다. 지도를 펼쳤다. 웨스트민스터(Westminster)역에서 내려 바로 템즈강 유역을 거닐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단 어제 갔던 내셔널 갤러리(The national gallery)에서 주변 구경도 좀 하며 걸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일단 행선지를 결정했으니 지하철을 타야지. 웸블리파크역에서 아까 타고 왔던 자주색 메트로폴리탄 라인을 이용하여 베이커스트리트역까지 간 후, 갈색 베이컬루 라인(Bakerloo line)을 타고 어제 내렸던 채링크로스(Charing cross)역에서 내렸다.
날씨 좋다^^
오늘따라 더 웅장해 보이는 넬슨 기념탑
어제 한 번 왔던 곳이라 그런지 조금은 더 친숙한 공간, 내셔널 갤러리와 트라팔가 광장(Trafalgar square)이다. 날이 흐렸던 어제와 달리 나름 화창하면서 그리 덥지 않은, 그런 날씨다. 발걸음도 가볍다. ^^ 광장 주변에서 본격 관광객 모드가 되어, 열심히 사진을 찍으며 템즈강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웅장한 애드미럴티 아치의 모습
트라팔가 광장을 막 벗어나다보면 세 개의 큰 아치문을 발견하게 된다. 애드미럴티 아치(Admiralty arch)인데, 1911년 에드워드 7세(Edward VII)가 어머니인 빅토리아 여왕을 기리기 위하여 건설하였다고 한다. 가운데 아치는 국왕만 통과할 수 있어, 평소에 닫아놓는다고 한다. 근데 언뜻보니 오늘은 열려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확 지나가봐? ㅋ
비치발리볼 경기가 열리는 호스 가즈
조금 더 걸으니 호스 가즈(Horse Guards)가 나온다. 1745년에 여왕 친위대의 훈련 장소로 만들어진 곳이다. 뭐 그래서 그런지 안에 모래가 깔려 있었나보다. 그런 이유로 이번 올림픽 비치발리볼 경기장이기도 하다. 아님 뭐 일부러 모래를 깔았겠지? 이렇게 굳이 새로이 경기장을 짓지 않고, 런던의 명소 곳곳을 경기장으로 재활용(?)한 부분이 많은 듯 하다. 나름 괜찮은 것 같다. 관광과 경기 관람을 동시에 하는 효과랄까?
걷다보니 웨스트민스터역이 보이고, 저 멀리 큰 시계 하나가 보인다. 빅 to the 벤이다. 그리고 강 건너편, 런던아이도 보인다.
빅벤 등장~ 두둥!
런던을 지켜보는 눈, 런던아이
템즈강변이라 그런지 바람이 조금은 세다. 아까까지 나름 맑았던 날씨는 어느샌가 구름 가득한 하늘로 바뀌었다. 변덕스러울지고. 그나저나 강을 사이에 두고 거의 마주보고시피 서 있는 두 건축물의 모습이 이채롭다. 런던의 과거와 오늘을 아우르는 두 건물.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을 템즈강은, 지금도 늘 그랬듯 유유히 흐르고 있다.
웨스트민스터 다리(Westminster Bridge) 위에서 잠시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여기가 나름 촬영포인트인가보다. 카메라를 든 관광객들이 너도나도 사진을 찍고 있다.
난 비둘기를 찍었다.
다시 다리를 건너 돌아와, 국회의사당 건물 뒷편을 걸었다. 올림픽 기간이라 그런건지 아니면 원래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건지... 주말에 에버랜드 온 느낌이다.
간지 좔좔 런던경찰
국회의사당 뒷편에서^^
조금씩 배가 고파지긴 하는데, 시계를 보니 어디 식당가서 밥 먹기는 조금 애매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주변에 볼거리들은 많고, 이따가 양궁 경기는 보러 가야하고 해서 그냥 점심은 패스! 이따가 정 배고프면 경기장 근처 가서 뭐라도 사먹을 생각으로, 열심히 걸어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건물들이 참 섬세하면서도 아름답다. 이렇게 짓는데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오늘도 느끼는 거지만, 진짜 좋은 조상을 두었다 싶다.
빅벤과 런던아이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서
좀 있으니 다시 날이 개였다. 변덕변덕돋네.
설렁설렁 산책하듯 주변을 걷다보니, 어느덧 시간이 꽤 흘렀다. 이제 슬슬 움직여야 할 시간이다. 양궁 경기가 열리는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까지는 약 30분정도 걸릴 것 같았다.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여 웨스트민스터역으로 향했다. 결승전 볼 생각을 하니... 설렌다! 하늘도 다시 구름이 걷히며 파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덩달아 기분도 점점 좋아졌다^^
20120730 - 20120818 민군의 유럽여행기 ⓒ 김석민
Nikon D70s + Tamron 18-20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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