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03; 로드 크리켓 그라운드 - 옥스퍼드(카팩스 타워, 크라이스트 처치, 탄식의 다리, 성 메리 교회 등)
어느덧 다섯째날이다. 런던에서는 본격 3일째. 그간 올림픽 경기만 열심히 보느라 제대로 된 관광은 못한 것 같지만, 뭐 못본거 있으면 까짓거 또 오면 되지(근데 언제?)!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경기장 찾아다닌지 3일째다. 흐흐. 오늘도 오전엔 올림픽! 어제 양궁 결승전 경기를 보러 갔던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Lord's Cricket Ground)에서 열리는 남자양궁 개인전 예선 경기를 보러 갈 예정이다. 그리고 오후에는 본격 관광 시작! 학문의 도시로 유명한 옥스퍼드(Oxford)에 다녀오려 한다.
이날도 아침에 칼기상을 했다. 양치하고 세수하고 머리감고 8시쯤 형주와 함께 호스텔을 나섰다. 아침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1.05파운드짜리 테스코 샌드위치. 가장 기본적인 맛이다. 그냥 식빵맛...이라 해야할까? 혹시나 길 가다 1파운드짜리 주으면 2.20파운드짜리 샌드위치 사먹어야지. 아무튼 샌드위치 하나 사들고, 오늘은 길 건너편 별다방으로 향했다. 카페라떼 한 잔과 함께 즐기는 아침. 그나저나 커피주문을 하는데, "머그잔에 드릴까요, 일회용컵에 드릴까요?" 라는 말을 못알아들어서 조금 헤맸다. 예상했던 주문 대화 ver.1에 없던 내용이라 그랬는듯.
여기 있는 샌드위치 하나씩 다 사먹어봐야지
텁텁한 식빵, 그런대로 부드러운 라떼 한 잔
그렇게 아침을 먹고 하이 스트리트 켄싱턴(High St. Kensington)역으로 향했다. 요 며칠 서너번 이용하다 보니 그래도 뭔가 이젠 익숙하다. 일단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초록색 디스트릭트 라인(District line)을 타고 패딩턴(Paddington)역에서 내린 후, 갈색 베이컬루 라인(Bakerloo Line)을 타고 베이커 스트리트(Baker Street)역에서 회색 주빌리 라인(Jubilee Line)으로 환승하여 어제 내렸던 세인트 존스 우드(St. John's wood)역에 도착할 예정이다.
출발 전,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
오늘은 어제보다 좀 더 선수들이 가까운 곳 ^^
어제 걸었던 그 길을 다시 걸어 경기장에 도착했다. 오늘은 어제 앉았던 자리 반대편, 그리고 선수들과 조금 더 가까운 곳이다. 그만큼 비싼-_-자리이긴 한데 그래도 경기 보고픈 마음에 중고나라(아니다, 유랑이었나?)에서 구했다. 엊그제 웸블리에서 만난 효겸샘한테서 구한 바로 그 티켓. 어쨌거나 사진 찍긴 좋은 위치다.
오늘 경기는 남자양궁 개인전 16강. 우리나라의 김법민, 임동현, 오진혁 선수가 출전한다. 16강이니깐 어제보단 마음 좀 편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긴 한데 우리나라 남자 양궁은 올림픽 메달과는 항상 아쉽게 멀어지곤 했기에 한 발 한 발이 마음을 졸이게 하긴 마찬가지다.
신나게 등장한 임동현 선수
자신있게 슈팅!
경기가 시작되고, 맨 처음 등장한 우리나라 선수는 임동현 선수. 관중들의 호응을 유도하며 등장했다. 상대는 네덜란드의 릭 반더벤 선수. 그런데 첫세트부터 뭔가 심상치 않다. 자꾸만 화살이 과녁 중앙을 벗어난다. 반면 릭 반더벤 선수는 침착하게 9, 10점에 명중. 결과는 임동현 선수의 패. 아쉬운 16강 탈락.
김준ㅎ...아니, 오진혁 선수.
침착하게 활시위를 당기는 오진혁 선수
다음 등장한 선수는 오진혁 선수. 보면 볼수록 개그맨 김준현을 닮았다. 특히 그 활 줄이 얼굴에 닿아 입술이 눌렸을 땐 영락없는 김준현이다. 금방이라도 '고뤠?'라고 말할 것 같다. ^^ 아무튼 상대는 폴란드의 라팔 오브로볼스키 선수. 아따 이름 참 뭐 같네. 어쨌거나 오진혁 선수는 무난히 승리를 거두고 8강전에 진출했다. 나중 얘기이긴 하지만, 오진혁 선수 금메달 축하합니다!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김법민 선수
훈훈한 외모의 댄 올라우 선수
흔들림없는 슈팅 동작
마지막으로 등장한 선수는 김법민 선수. 그러고보면 우리나라 선수들은 모두 다 한 덩치 하는 것 같다. 하긴 어제 길 가다 우연히 마주쳤을 때도 인도를 꽉 채워서 걸어오던 탓에 마주오던 난 차도로 돌아갔었지.. 어쨌거나 김법민 선수의 상대는 몰도바의 댄 올라우 선수. 관중들 반응이 뭔가 웅성웅성 한다 싶었는데, 댄 올라우 선수의 외모 때문인듯 했다. 어리고 잘생겼다. 훈훈한데? 나중에 알고 보니 96년생이랜다. 우리 나이로 불과 17살.
아무래도 경험 및 나이 탓이겠지만, 경기는 김법민 선수가 손쉽게 승리를 가져갔다. 그래서 그런지 관중들도 댄 올라우 선수가 10점 쏘면 정말 우레와 같은 큰 박수를 보내는 모습을 보였다. 나 또한 열심히 사진을 찍으며 박수를 보냈다. 내 옆자리엔 한국에서 온 가족이 있었고, 함께 응원을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이 TV에 잡혔었나보다. 나중에 귀국 후에 아름마리아 자매가 그러더라. "옆에 여자친구에요?" "아뇨, 그날 처음 본 사람이요."
옆자리 한국분이 찍어준 인증샷!
여기는 빅토리아 역!
경기가 끝나고 다시 경기장을 나섰다. 시간을 보니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Victoria Coach Station)에서 출발하는 옥스퍼드행 메가버스는 12시 5분 버스를 예매해 놓은 탓에 서둘러야 할 상황이다. 부랴부랴 역을 향해 걸어갔다. 세인트 존스 우드 역에서 주빌리 라인을 이용하여 그린 파크(Green park)역 까지 간 후, 하늘색 빅토리아 라인(Victoria line)을 타고 한 정거장만 가면 바로 빅토리아(Victoria)역이 나온다.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은 이 근처랬는데. 마음이 급하니 조금 서두르게 된다. 그래도 안내판 하나는 정말 적절한 위치에 잘 붙어 있는 것 같다.
요 코너를 돌면...
요렇게 등장하는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
빅토리아 역을 빠져나와 안내판을 따라 5분가량 걸어가자, 저기 길 모퉁이에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의 모습이 보인다. 우리말로 바꾸자면 빅토리아 시외버스 정류장... 정도? 교외를 오가는 버스를 Coach라 부르는 점이 특이하다. 아무튼 저기서 출발하는 옥스퍼드 튜브(Oxford tube)를 타야 하는데, 어우, 너무 넓다. 대체 어디서 타야 하는 걸까. 시간은 자꾸만 흐른다.
그렇게 두리번 거리다 어디선가 메가버스 간판을 발견했다. 버스 타는 곳은 아니고, 버스 회사 창구 같은 곳이다. 가서 상황설명을 했더니 웃으면서 약도 하나를 내게 쥐어준다. 아마 나같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아서겠지. 땡큐베리마치를 연발하고 약도를 봤는데, 읭?
아... 길 건너편이었어?
버스 타는곳은 길 건너편이었다. 제길. 힘들게 걸어온 길을 다시 열심히 걸어 겨우겨우 세워진 버스에 올랐다. 사실, 아까 여길 지나갔었다는게 함정 ㅋㅋ 어쩐지 버스 앞에 Oxford라 적혀있긴 하더라 했지. 메가버스 홈페이지에서 이미 예약을 했었기 때문에, 예약 번호가 찍힌 이메일을 보여주니 오케이!
메가버스는 뭐랄까, 저가항공사(?)느낌의 버스회사라서 부지런히 티켓팅하면 굉장히 낮은 가격으로 버스표를 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런던-옥스포드행인 이 티켓도 가는데 1파운드, 돌아오는데 5파운드라는 가격에 예약할 수 있었다. 해당 노선 버스 티켓이 오픈될때 재빠르게 예약하면 1파운드 짜리 버스표 득템이 가능하다. 그런식으로 버스로 9시간 넘게 걸리는 런던-에든버러 버스도 왕복 2파운드에 예약했다는 사실!
물론 1파운드 티켓이 다 팔리면 티켓 값은 점점 오르기 마련. 그리고... 이렇게 돈을 아끼다 보면 나중엔 예상못할 큰 지출이 생기길 마련. 이 얘기는 파리편에서. ㅠㅠ
메가버스에서 운행중인 옥스퍼드 튜브(Oxford Tube)
헐.. 비온다..
2층버스길래 냉큼 2층으로 올라갔다. 다행히 앞자리에 아무도 없다. ^^ 역시 2층버스는 2층 앞자리가 최고. 복잡하나 뭔가 아기자기한 런던 시내를 지나 이윽고 버스는 한적한 국도로 들어섰다. 간만에 차들이 쌩쌩 달리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그래서 덩달아 신나서 졸리다. 응? 아 왜 난 뭐만 타면 졸리냐고..
졸다가 깨다가 하다보니 창밖엔 비가 온다. 가방에 우산이 있긴 한데 그래도 별로다. 도착하면 비 안오겠지? 워낙 변덕 심한 영국이니. 맑았으면 좋겠다!
옥스퍼드 표지판이 보인다!
드디어 옥스퍼드에 도착!
버스는 약 1시간 50분정도를 달려 몇 개의 작은 마을 정류장을 들린 후(무정차가 아니었다.. 혹시 내려야 하는건 아닌지 조마조마 했었음.ㅠㅠ 옥스포드가 종점이라 다행), 이윽고 종점 정류장인 글로스터 그린 버스 스테이션(Gloucester Green)에 도착하였다. 어, 여기가 옥스퍼드구나. 어, 음... 이제 어디로 가지?
사실 좀 부끄러운 얘기지만, 여기 오기 전까지만 해도 난 옥스퍼드가 시골에 있는 한 대학교 이름인줄 알았지 이렇게 번화하고 복잡한 곳일줄은 모르고 있었다. 하긴 여행계획 짤 때에도 런던에서의 계획은 열심히 세웠었다만, 옥스퍼드에서의 계획은 제대로 안세웠었으니 누굴 탓하랴. 일단 가지고 온 여행책자를 폈다. 어디로 갈까 하다가, 관광안내소 표지판이 보이길래 일단 그리로 향했다.
관광 정보를 내놓으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것이네
빨간색 알파벳 i 가 그려진 관광안내소를 찾아 걸어가는데, 주변 풍경은 번화하기로 따지자면 런던 못지않은 것 같다. 게다가 관광안내소 옆엔 애플스토어도 보인다ㅋㅋ 관광책자에서 본 사진은 막 잔디밭 있고 오리들이 물위에서 놀고 해리포터 분위기나는 학교 건물이 있는 거였는데. 좀 걷다보면 나오겠지? 아무튼 관광 안내소에서 간단한 지도가 포함된 안내책자를 하나 구입했다. 가격은 1파운드 정도 했었는듯?
오늘 점심은 버거킹에서~
일단 가볍게 점심을 먹으며 코스를 짰다. 오늘 점심은 버거킹 햄버거~ 한국에서도 버거킹은 가 본 기억이 없는데 영국에서 가다니 ㅋㅋ 버거킹 2층 창가에 앉아 책자를 들춰 보았다. 꼭 가보아야 할 10선, 옥스퍼드 칼리지 소개 등의 내용이 보인다. 오, 'Walking Tour' 라는 페이지가 보인다. 요거 따라 가면 되겠네.
그리하여 첫번째 목적지는 카팩스 타워(Carfax Tower). 높이 23m의 탑이다. 원래는 13세기에 세워진 세인트 마틴 교회의 일부였다는데, 19세기 교통량의 증가로 교회를 없애고-_- 탑만 남겨둔것이라고 한다. 일단 왔으니 올라가봐야지?
카팩스 타워 모습
계단.. 어지럽다..
입장료를 내고 탑 내부로 들어섰다. 밖에서 봤을 땐 꽤나 커 보였는데, 안에는 좁디좁은 나선형 계단이 끊임없이 이어져 있다. 위에서 누가 내려오기라도 하면 본의아니게 서로 길막(?)해야 할 상황이다. 아이고 어지러워라.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계단을 올랐다. 그렇게 5분정도 올랐을까?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전망
타워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옥스포드 거리
드디어... 라고 말하기는 그리 높은 높이가 아니라 조금 수줍지만, 어쨌거나 꼭대기에 올랐다. 옥스퍼드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때마침 구름도 이쁘게 피어나 있고, 햇살도 그리 따갑지 않다. 런던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옥스퍼드의 모습. 마치 중세 유럽으로 시간여행을 한 느낌이다.
마침 전망대에 올라와 있던 한국인 관광객에게 부탁하여 사진도 찍고, 또 찍어주고. 그렇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잠시 땀을 식혔다. 이제 다시 슬슬 내려가볼까.
내 머리가 큰게 아니야.. 모자가 작은거지..
20120730 - 20120818 민군의 유럽여행기 ⓒ 김석민
Nikon D70s + Tamron 18-20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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