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작은목소리

잃어버린 10년? 앞으로 잃어버릴 5년이 두렵다

민군_ 2007. 12. 25. 23:56

이명박 당선자의 행보가 바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그 어느 대선보다 유래없이 시끄러웠던 대선이 끝난 이후 이명박측에서는 새 정부의 로드맵을 짜느라 정신이 없는 것 같다. 그 결과로, 요즘 하루에 하나 꼴로 이 당선자가 앞으로 어떻게 정부를 꾸릴 것인지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리고 어제였던가? 인수위원장이 결정되었다. 현 숙명여대 총장 이경숙씨 이다. 그런데 이 인사를 두고 또 다시 시끄러워 질 조짐이 보인다. 무엇인고 하니, 바로 그녀의 과거 '국보위' 경력 때문이라고 한다.

자, 그럼 국보위란 무엇인가?
우리의 친절한 네이버백과사전님의 해설을 들어보자.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
- 유신정권 붕괴 후 등장한 신군부가 통치권을 확립하기 위하여 설치한 기관

(중략)
안보태세 강화·경제난국 타개·정치발전·사회악 일소를 통한 국가기강 확립 등의 기본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명분으로 유신체제하의 핵심세력을 포함한 공직자 숙정, 중화학공업투자 재조정, 졸업정원제와 과외금지, 출판 및 인쇄물 제한, 삼청교육 실시 등 지배구조의 재편을 위한 제반조치를 신속하게 실행하였다(후략).


곧 10.26 이후 전두환이 자신의 정권을 제대로 유지해보자! 하는 생각으로 만든 기구가 국보위이다.
그리고 지금의 인수위원장이 바로 그 국보위 출신이라고 한다.

왠지 모르게 스스로 논란거리를 만드려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물씬물씬 .
아니면 그녀의 과거에 면죄부를 주려는 의도일까?

어쨌거나, 기사를 몇개 더 읽어보니, 아니나다를까, 이 당선자 측근에서도
이경숙씨의 인수위원장 내정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명박 당선자는 무엇때문에 이경숙씨를 인수위원장으로 내정한 것일까.

1994년 숙명여대 총장이 된 뒤 무려 네 번 연임을 한 최장수 총장이다, 교수와 학생들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아왔다, 현모양처(賢母良妻) 이미지의 숙명여대를 '글로벌 리더 양성 기관'으로 탈바꿈시켰다, 대학발전기금 1000억원을 조성해 경영능력도 인정받았다......

한마디로 숙명여대를 혁신으로 이끈 최고경영자(CEO)라는 점에서 이 당선자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이다. 여기에다가 사상 최초의 여성인수위원장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또 하나의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 블로그, '유창선의 독립언론 만세!'중 (http://yucs.tistory.com/23)

그렇다. 그녀는 소위 말하는 성공한 CEO이다.
대학이 학문의 전당이니 하는 소리는 잠시 넣어두고, 어쨌거나 그 대학을 기업처럼 잘 경영한 최고경영자인것이다.
대학발전기금 1000억원은 어떻게 조성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제 뭔가 슬슬 감이 오지 않는가? 앞으로의 5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했지만, 바로 '신자유주의'에 바탕을 둔, '성공하는 기업'이 살아남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 뻔해 보인다.

그리고 그것이 꼭 삼성, 현대와 같은 기업일 필요는 없다.
대학도 곧 기업이기에, 경쟁력 없는 대학은 퇴출시킨다고 한다.
국공립대 법인화 무조건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한다.
의료보험 민영화 시키겠다고 한다.
이번에 수능복수정답때문에 가뜩이나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은 교육부 해체하겠다고 한다.
또 뭐가 있더라.. 아, 강남 부자들의 원성이 자자했던 종부세 인하하겠다는 것도 있었지.
그 외에도 경부운하랑 호남운하 기어이 파겠다고 하니...

도대체가, 이명박 당선자는 지금 이 사회에 대한 의식이
과연 제대로 잡혀 있는지 정말로 궁금하다.

신자유주의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누구말대로 시대의 흐름이라면 그 시류를 인정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대한민국의 경제지표가 올라갔다고 치자.
자신이 그토록 내세웠던 자신의 모토인 '경제대통령' 실현했다고 치자.
그것이 과연, 그 속까지 알찬 경제성장이 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 그래 좋다. 경제성장은 어째저째 되었다고 치자.
그 속이 텅텅 빈, 양극화 된 경제성장이라고 쳐도, 일단 되었다고 치자.

국공립대 법인화, 의료보험 민영화, 교육부 해체..
이런것들까지 신자유주의의 시류에 편승해서 경쟁해보겠다! 라고 하는 의도는 무엇인가?

곧 국가의 책임과 권한을 최소화 시키겠다는 것인데.
국공립대 법인화는 국가가 대학을 학문기관이 아닌, 기업으로 보겠다는 의미이다.
좋게 얘기하면 대학의 자율성 강화겠지만, 그것은 곧 국가가 대학교육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의료보험 민영화.
국가가 의료보험을 포기한다고 한다.
그것이 서민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앞으로는 아플때 아프지 않는 능력을 키워야 할 것 같다.
아니면 화타나 허준같은 명의를 몰래몰래 키우거나-_-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미국이 의료보험 민영화로 어떻게 피폐해졌는지 궁금하다면
마이클무어 감독의 '식코(sicko)' 라는 영화를 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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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정권 덕분에 몇몇 언론들은 신이 나서
'완소이명박 킹왕짱 우왕ㅋ굳ㅋ' 을 외치고 있지만
그들이 외치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이면에 어떤 독이 도사리고 있는지 알려주는 것 또한
언론들의 역할이 아닐까?

또한 이명박 당선자측도 무조건 된다!된다! 라고 밀어붙이기 이전에
국민들의 여론을... 제발 좀 귀 기울여 들어주길.
자신들에게 불리한 블로그 포스트라 해서 마구잡이로 신고하진 마시고.

어쨌건 두렵다.

그들이 그토록 주장한 '잃어버린 10년'이 아닌,
앞으로의 '잃어버릴 5년'이.
신자유주의정책에 본질은 훼손되고 실적주의에 결과주의로 물들어버릴
피터지는 경쟁사회가 될 대한민국 사회가 두렵다.

...이렇게 생각하는건 나의 오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