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by Day 105

빼빼로 데이

내가 어릴 적엔 빼빼로 데이 말고도 칸쵸 데이, 에이스 데이 등등 온갖 ‘데이’들이 가득했다. 누가 정했는지도 모르는 그 ‘데이’엔, 과자를 많이 받은 친구들의 의기양양한 모습과, 거의 받지 못했거나 줄 사람도 없었던 친구들의 의기소침한 모습이 대비되었었다. 과자 회사의 상술에 우리가 왜 상처받았던 걸까. 사실 과자보다 더 소중한 건 우리 자신인데 말이다. 2019. 11. 11.(월)

겨울 이불

장롱 속에서 잠자던 겨울 이불을 드디어 꺼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이불 속에 폭 파묻혀 있으니 정말 포근하고 따뜻했다. 이불 속에 너무 오래 있으니 답답해서 잠깐 얼굴 밖으로 뺐다. 조금은 차가운 방 안 공기가 코끝을 간질인다. 발끝이 밖으로 삐져나가지 않도록 이불 끝을 잘 정리하고 자리에 누웠다. 나도 모르게 스르르 눈이 감겼다. 행복한 꿈을 꿀 것만 같다. 2019. 11. 8.(금)

10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하루

올해 10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10월 초 가족과 함께 갔던 제주도 여행이다. 나는 제주도를 참 좋아한다. 푸른 바다와 오름을 보고 있으면 복잡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편안해진다. 예전엔 최대한 많은 곳을 다니는 여행을 좋아했지만, 이제는 천천히 쉬엄쉬엄 다니려고 노력한다. 부지런한 여행보다 조금 더 쉬어가는 여행이 좋아지고 있다. 2019. 10. 30.(수)

악플

다른 나라도 비슷하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일에 지나치게 관심이 많다. 조금이라도 튀거나 자신의 기준과 다른 행동을 하면 우르르 몰려가서 악플을 단다. 이번에 한 여성 연예인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나를 욕할 때,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차마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언제까지 이래야 할까. 2019. 10. 18.(금)

롯데월드

처음으로 ‘무서운’ 놀이기구를 탔던 때가 생각났다. 롤러코스터 의자에 앉아서 앞으로 다가올 운명(?)에 바짝 긴장하던 기억, 그리고 안전바가 내려오던 순간 ‘아 이제 돌이킬 수 없구나’ 하며 짧게 후회(!)했던 기억. 그렇게 한 번 타고 나니 왠지 모르게 뿌듯했었던 기억들. 이번엔 놀이기구를 타진 못했지만, 다음번엔 그때 감정들을 떠올리며 꼭 타고 싶다. 2019. 10. 17. (목)

가을 아침

가족과 인사하고 집을 나서는 출근길, 유난히 서늘한 바람이 내 팔에 와서 닿는다. 조금 춥긴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가을이 왔다는 생각에 싫지는 않다. 이제 반팔 셔츠를 옷장으로 넣어야 할 때가 왔나보다. 숨을 들이쉬니 시원한 냉기가 가슴 속 가득히 들어온다. 입 속 가득 가을을 머금은 오늘 아침은 그래서 기분이 참 좋다. 아마 금요일이라서 더 좋은 것일 수도 있겠다. 2019. 9. 20.(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