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날 1편 요약 남자 양궁 경기 봄→옥스퍼드로 고고!→카팩스타워 올라갔다 옴
다섯째날 2편 일정 다 같이 돌자 옥스퍼드 동네 한바퀴
높이 23m의, 아파트 7층쯤 되는 타워를 잠깐 올라갔다 왔을 뿐인데, 이놈의 말년병장 저질 체력은 벌써부터 바닥날 조짐을 보인다. 아 이게 아닌데 내 맘은 이게 아닌데♬ 어쨌거나 이제 막 본격적인 옥스퍼드 관광을 시작했을 뿐이다. 다음 목적지는 어디로 가볼까? 관광안내도엔 길을 그대로 따라 내려가면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Christ Church college)가 있다고 안내되어 있다. 여행 전 열심히 검색을 하며 얻은 기억에, 영화 <해리포터>시리즈를 촬영할 때 호그와트 식당의 모티브가 되었던(촬영장소라는 말도 있던데 어느게 맞는거지?) 식당이 있는 곳이라고 했었지, 아마?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길을 따라 걸었다. 다리 난간을 따라 예쁜 꽃들도 보이네. 어, 근데 지도엔 다리가 없었는데? 아, 나 길을 잘못 들었구나. 어디가서 지리교육 복수전공한다고 말 꺼내지 말아야지. ㅠㅠ
잘못 접어든 길에서 마주친 사람들
크라이스트 처치 가는 길~
입구 도착!
번화한 옥스퍼드 거리를 점차 벗어나, 조금 한적한 길로 들어선다 싶더니 이내 크라이스트 처치 입구가 눈에 띄었다. 많은 관광객들로 이미 북적이고 있다. 아까 이 사람들 따라왔으면 길 헤매지 않았을텐데 ㅋㅋ 주변은 온통 푸르른 녹지로 덮혀 있다. 들어가는 입구 양 옆 잔디밭은 마치 골프장 홀 주변과 같이 제초가 잘 되어 있었다. 당장 폰으로 찍어서 군대 후임에게 보내고 싶을 정도로. "제초는 이렇게 하는거야!" 하면서.
들어가는 길에
어른 입장료는 8.5파운드!
8.5파운드, 약 16,000원 정도 되는 적지 않은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대학교다 보니 관광객들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해리포터 식당(?)은 실제 학생들이 사용중인 식당이라 공개 시간이 정해져 있다고 했다. 부지런히 봐야겠구만. 조금 아쉽긴 했지만 어쩌겠어. 화살표를 따라 열심히 열심히 돌아다녔다.
화살표를 따라 복도를 걸었다
잠시 쉬어가는 사람들
화살표를 따라 복도를 걸어갔다. 차가운 느낌의 바닥, 똑같은 판넬을 여러개 붙여놓은 천장, 강의실을 알리는 네모난 표지의 대학교가 아닌, 거의 예술작품 수준의 학교 복도였다. 환한 형광등 대신 간간히 전등이 켜져 있었으나, 커다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복도를 선명하게 핥고 있었... 아니,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몇몇 다리 아픈 여행객들은 창틀을 이루고 있는 돌에 걸터 앉아 신발끈을 매만지고 있었다. 나 또한 잠시 돌에 걸터 앉았다. 차가운 기운이 몸을 타고 전해져 왔다. 이내 몸이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더불어 수백년의 시간동안 이 돌에 걸터 앉았을 옛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자리를 밝히는 전등
촛불 하나, 소원 하나
성당 내부. 스테인드글라스가 고풍스럽다
먼저 들른 곳은 칼리지 안에 자리한 성당이다. 설명에 따르면 세계에서 유일하게 성당인 동시에 대학인 곳이 바로 이곳이라고 한다. 웅장한 성당 내부 조각과 스테인드글라스를 보고 있자니 어쩐지 성스러운 기분이다. 사실 이 이후의 여행에서 수 많은 성당과 스테인드글라스를 보긴 하지만, 제일 먼저 방문한 성당이 이곳이었기에 그 느낌이 좀 더 남달랐던 것 아닐까 싶다.
성가대의 노랫소리가 장관이라고 하는데, 시간이 맞지 않으니 패스! 이제 다음 장소인 식당으로 가볼까?
잠시 마당으로 나와서
식당 가기전에 잠시 밖으로 나왔다. 실은 안에서 조금 길을 헤맨 탓이다.^^; 저 앞에 보이는 탑이 아마도 톰 타워(Tom Tower)일테다. 아까 저 밖을 지나갔었는데. 예쁘게 정돈된, 그러나 화려하지 않고 정갈한 느낌의 잔디밭을 중심으로 건물이 둘러싸고 있다. 해리포터 생각을 계속 하면서 걷다보니, 마치 이곳에서 후치 교수가 호그와트 1학년 학생들을 데리고 3학점짜리 전공 필수 비행수업을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여기가 식당!
곧 식사시간인가 보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초상화들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와 팻말을 따라가니, 드디어 그 식당이 나왔다. 생각보다는 작은 규모였는데, 아마 곧 식사시간이라 그런지 식기가 세팅되어 있었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정돈된 모습에서 군기잡힌 이등병의 모습을 보았.. 어쨌거나, 이런데서 밥 먹으면 어떤 기분이려나?
식당 벽면은 각종 초상화로 가득했는데, 하긴 유명인이 엄청 많이 배출된 곳이니. 13명의 영국 총리와 더불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쓴 루이스 캐럴 또한 이 대학의 수학교수였다고 한다.
건물 사이 자그마한 정원에서 찰칵!
달달~한 음료수ㅋㅋ
학교는 크나 개방된 구역은 그리 크지 않았던 지라, 생각보단 일찍 밖으로 나왔다. 목도 마르고 해서 근처 테스코에 들러 음료 한병을 사들고 길을 나섰다. 사실 물 한병 사는게 더 좋겠지만 이 어린이 입맛이 어디가랴. 홀짝홀짝 마시며 다시 길을 걸었다. The Broad Walk 라고 표시된 길을 찾아 걸었는데, 지도에 이 길의 양 옆은 모두 초록색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주변 풍경들이 실제로도 다들 초록가득했으니. 초록색 컬러 독점한 줄 알았네.
오손도손, 뭘하니?
유유자적
한적한 길을 걷다 보니 작은 강(개천?)도 나온다. 물에선 백조인지 오리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흰 것(!)들이 여유롭게 둥둥 떠 다닌다. 잔디밭에선 한 무리의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떠들고 있다. 나무그늘에 누워 낮잠 자기에 딱 좋은 날씨다. 아니면 자체휴강(ㅋㅋ)하고 파전에 막걸리 한잔 하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장미꽃 없는 Rose lane
로즈 레인(rose lane)이라는 좁은 골목길을 지나니 다시 큰 길이 나온다. 지도는 성 에드문드 홀(St. Edmund hall)과 퀸 칼리지(The Queen College)사이로 난 골목길로 다시 날 인도했다. 길 이름도 퀸즈 레인(Queen's lane)이다. 여왕과 관련된 길인가? 요런 좁은 골목길을 걷는 것도 나름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길 하나하나에 이름이 잘 붙혀져 있으니 길을 잃을 염려도 없고, 사람도 별로 없으니 고즈넉해서 좋고. 뒷골목 양아치들만 만나지 않는다면 말이다.
퀸즈 레인의 입구
외벽 하나하나에도 정성을 들였다
이곳이 바로 탄식의 다리!
좁디좁은 퀸즈레인을 따라 걷다보니 눈에 익숙한 다리 하나가 두 건물을 잇고 있다. 하트퍼드 칼리지(Hertford college)의 신/구 건물을 잇는 탄식의 다리(the Bridge of Sighs)인데, 이탈리아 베니스에 있는 탄식의 다리를 본따서 만들었다는 설과, 성적표를 받은 학생들이 탄식을 하며 지나다녔다는 설이 있다고 한다. 난 후자에 더 마음이 쏠린다 ㅋㅋ 예나 지금이나 성적표는 탄식메이커지.
보들리안 도서관 전경
웨딩촬영 중인 중국인 신부
레드클리프 카메라
옆엔 보들리안 도서관(Bodleian library)건물과 레드클리프 카메라(Redcliffe Camera)라는 독특한 이름과 모양의 건물이 보인다. 사실 보들리안 도서관은 어느 한 건물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옥스퍼드에 산재해 있는 도서관 건물을 모두 총칭하는 것이라고 하네. 레드클리프 카메라도 도서관 열람실이랜다. 이쁘게도 지었네.
시간도 어느정도 늦었고 해서 들어가보진 않았다. 대신 뒤쪽에 있는 성 메리 교회(St. Mary the Virgin)로 향했다. 그런데 얼레, 수리중이네. 대신 저 위의 전망탑까지는 올라갈 수 있다고 안내되어 있다. 뭐 여기 온김에 전망이나 보고 가자 싶어서 갔더니, 입구에서 티켓 파는 할머니가 반긴다.
"전망탑 올라갈거야? 그런데 시간 얼마 안남았는데 괜찮겠어?"
"네 금방 갔다 올께요 걱정 마세요(라고 얘기하긴 개뿔 그냥 OK 한마디 했다)."
입장료가 얼마였더라. 아무튼 소정의 입장료(2파운든가 3파운드쯤)를 내고 위로 위로 올라갔다. 아, 높다.
공사중인 성 메리 교회
어떤 일본인 관광객이 찍어줌
급 흐려진 옥스퍼드
한 사람도 겨우겨우 지나갈 만한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니 탁 트인 전망이 날 반긴다.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오네. 흘린 땀이 한 순간에 보상받는 기분이다. 조금 늦은 시간이라 다른 관광객도 거의 없고 해서 혼자 느긋하게 경치 감상을 했다. 그나저나 이걸 어떻게 다시 내려간담.
올라온 계단을 다시 내려갔다. 입구에서 아까 그 할머니가 즐거운 여행 되라며 손을 흔들어 준다.
옥스퍼드 엽서들
커버드 마켓 내부
돌아오는 길에 커버드 마켓(Covered market)에 잠시 들렀다. 어딜가나 마지막 코스는 쇼핑인가? ㅋㅋ 근데 관광객도 거의 없고 문을 연 상점도 거의 없어서 그냥 구경만 하고 나왔다. 그렇게 길을 걷다 옥스퍼드 엽서를 팔고 있는 상점이 있길래 잠시 들러, 사진엽서 왕창 구입. ^^ 시간나는대로 조금씩 써야지.
조촐하지만 오늘의 저녁
다시 글로스터 그린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왔다. 정류장 바로 앞에 위치한 테일러라는 이름의 카페에서 간단히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구입했다. 돌아가는 버스는 저녁 7시 반 출발 예정. 창가에 앉아 아이팟으로 잠깐 이것저것 하다가, 좀전에 구입한 사진엽서를 쓰기 시작했다. 여행지에서 엽서 쓰는 기분이 이런거구나. 엽서 받는 사람이 부디 좋아했으면 좋겠네.
조금 있으니 종업원이 와서, 이제 문을 닫으니 나가랜다. ㅠㅠ 문 참 빨리도 닫네. 버스 정류장에서 사람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저 동양인은 삼성 갤럭시 폰을 들고 있고, 음, 한국사람 같은데?
다시 런던으로
잠시 후 버스가 도착했고, 아까처럼 미리 프린트 한 이메일을 보여 준 후 냉큼 버스 2층 앞자리로 올라갔다. 아까 삼성 갤럭시 폰을 들고 있던 그 분도 건너편 옆자리에 앉았다. ㅋㅋ 이미 서로가 한국사람임을 스캔한 이후인지라 자연스레 말을 걸었다. 이름은 이남경, 1학기 종강하자마자 유럽 와서 근 40일 가량 여행중이랬다. 그간 자신이 만난 사람들과 여행 이야기들을 쭉 들려주는데 흥미진진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듣다보니 어느덧 런던.
마침 버스는 숙소인 YHA Holland park 근처인 노팅힐게이트(Notting Hill gate)역에 정차한다고 되어 있었다. 남경이 숙소도 그 근처래서 함께 내렸다. 근데 난 정확한 길을 모르는데. ㅋㅋ 같이 걷다가 숙소 반대편으로 걷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중에 한국에서 밥이나 먹자며 번호 교환을 했는데 가끔 연락하다 1년이 다되도록 연락 안한건 함정.. 잘 지내고 있죠?
좌우지간 내 숙소를 찾아야 하는데, 늘 홀랜드파크(holland park)역을 이용하다 반대편 노팅힐게이트에 내리니 나는 또 길을 잃었다 ㅋ 첫날 숙소에서 준 지도를 펼쳐들고 겨우겨우 길을 찾아 갔음에도 불구하고, 왔던 길을 몇 번 돌고 돌아서(게다가 갑자기 비는 왜 오는건데?) 숙소에 겨우 도착했다. 아 힘든 하루야.
역시 맥주엔 감자칩이지
힘든 하루의 끝은 맥주 한잔으로 마무리했다. 이미 숙소에 와 있던 형주와 함께 테스코에 갔다. 선택한 맥주는 형주가 추천해준 레페(Leffe)라는 이름의 맥주였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벨기에 맥주랜다. 안주는 뭐니뭐니해도 감자칩!
호스텔로 돌아와 바깥 정원에서 맥주를 마시며 도란도란 하고 있는데, 호스텔 관리인이 와서 시간이 늦었으니(10시인가 10시반 이후였던가) 밖에 있으면 안된다고, 안으로 들어가랜다. 관리 철저한 사람들. ^^; 암튼 그래서 1층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계속 이야기를 나누다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피곤한 하루, 맥주까지 한 잔 하니 잠이 솔솔 쏟아진다. 내일도 열심히 걸어야 하는 하루일텐데. 다리 좀 풀고 잠들어야지.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
기억 사라지기전에 다 써야 할텐데
이제야 런던 3일차라니!
20120730 - 20120818 민군의 유럽여행기 ⓒ 김석민
Nikon D70s + Tamron 18-20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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