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04; 세븐시스터즈 - 런던(런던탑, 타워브릿지)
오늘따라 조금은 부산한 아침이다. 어제 밤에 중학생 즈음으로 보이는 프랑스 아이들이 런던으로 수학여행(?)을 온 모양인지, 꽤나 많은 학생들이 아침부터 재잘재잘이다. 결국 옆옆 침대에 누워 있던 아저씨 한명이 화가 나서 "Be quiet!!" 이라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이제 좀 조용해지네. 비록 아저씨 덕분에 방 사람들 모두가 일어나버리긴 했지만.
여행 6일차이자 런던에 도착한지는 어느덧 나흘째. 런던 특유의 고풍스러운 길거리는 여전히 신기하고 새롭지만, 사람 북적북적한 분위기엔 조금 질리던 참이었다. 마침 오늘은 올림픽 경기도 보지 않을 예정이라, 런던을 잠시 떠날 계획을 세웠었다. 영국 남부의 휴양도시 브라이턴(Brighton)을 거쳐, 대학교 후배가 추천해준 세븐시스터즈(Seven Sisters)라는, 뭔가 칠공주스러운(!) 이름의 관광지를 가 볼 생각이다. 다름 아닌, 하얀 해안절벽과 초원으로 유명한 곳이다.
오늘도 호스텔 주변은 한적한적
테스코 셀프 계산기
오늘 아침도 나의 런던 여행 공식 파트너 테스코에 들렀다. 샌드위치와 물 하나 사들고 나왔다. 다른데도 똑같은지는 모르겠으나, 여기 테스코는 셀프 계산대가 여러개 붙어 있다. 셀프 주유 하듯이 화면에서 시키는 대로 바코드를 인식시키고, 알아서 계산을 하면 되는 그런 구조다. 주류같은 경우는 뒤에 있는 직원한테 신분증을 보여줘야 구입이 가능하다. 어제 맥주 구입할때 그랬다. 바코드를 찍으니 화면에 무슨 메시지가 뜨더라. 당황하다가 버튼 잘못 누른 줄 알고 옆에 있는 계산대로 옮겼다. ㅋㅋ 나중에 직원이 와서 뭐라뭐라 그러길래 "쏘리" 하고 나왔었지.
다시 빅토리아 역
오늘 여행의 출발은 어제 옥스퍼드를 가기 위해 들렀던 빅토리아(Victoria)역이다. 늘 이용하는 하이스트리트켄싱턴(High St. Kensington)에서 노란색 써클라인(Circle Line)을 이용하여 4정거장만 가면 바로 빅토리아 역에 도착한다. 아침이라 조금은 한산한 빅토리아 역. 잠시 두리번 거리다 티켓 자동 발매기를 찾았다. 런던-브라이턴 사이를 운행하는 서던 레일웨이(Southern Railway) 회사의 발매기이다. 보통 철도 예매 통합 사이트인 내셔널 레일 사이트에서 많이 예매하는 것 같았는데, 이 회사 사이트에서 구매를 하니 왕복 10파운드 짜리를 8파운드에 구입할 수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티켓 종류도 많고 가격도 천차만별이고. 어쨌거나 제일 싼 티켓 구입!
자동 발매기는 요래 생겼다
티켓이 뭐 이래 많아
예약시 사용했던 신용카드를 인식시킨 후 화면을 요래조래 눌렀다. 브라이턴 지역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플러스버스 데이(Plusbus day)티켓도 함께 구입한 지라, 왕복티켓+예약확인증(?)+영수증+플러스버스티켓이 우수수 쏟아져 나온다. 티켓은 우리나라 열차 티켓과 비슷하게 생긴듯? 이제 플랫폼으로 가야지.
15번 플랫폼으로~
무궁화호랑 비슷하게 생긴듯?
08:36분에 출발하는 브라이턴행 열차에 올라탔다. 기차 내부나 외부 모두 깔끔하다. 우리나라 무궁화호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티켓에 자리가 표시되어 있지 않길래 적당한 자리에 앉았다. 아침이고 평일이라 그런지 기차 안은 꽤나 한산한 편이다. 브라이턴까진 50분정도. 생각보다 많이 가까운 거리다.
아침. 오늘은 물 한병 샀다
아 또 비와? ㅠㅠ
브라이튼 역 전경
아침으로 구입한 샌드위치를 먹으니 여지없이 졸립다. 잠깐 꾸벅꾸벅 졸다 보니 어느덧 브라이턴에 도착! 생각보다 역의 규모가 크다...고 생각했는데, 플랫폼 쪽은 꽤나 컸으나 대합실은 그리 크진 않은듯?
역 밖으로 걸어 나왔다. 런던과는 확연히 다른, 바닷가 마을의 정취가 물씬 풍겨온다. 런던보단 조금 더 밝은 분위기랄까? 아무튼간에 세븐시스터즈로 가기 위해서는 이스트본(Eastbourne)방향으로 가는 12번 버스를 타야 했다. 근데 역 바로 앞 정류장엔 표시가 없네? 조금 더 내려가볼까? 내려가도 안보이는데? 흠.. 지나가는 버스도 안보이네.
열시가 다 되어 가네
결국 지나가던 아저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익스큐즈 미, 세븐시스터즈 가는 버스는 어디서 타야 하죠?"
"아 버스는 !%@#(@#$해서 !@#$@#$^^한다음에 ##@#@찾아서 가면..."
"저... 죄송한데 천천히 좀.. ㅠㅠ"
"밑으로 내려가서 시계탑을 지나 오른쪽으로 꺾으면 처칠 스퀘어라고, 큰 건물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어요."
"(진작 이렇게 천천히 말 좀 해주지)감사합니다!"
저기 건너편이 처칠 스퀘어
12번 버스 찾았다. ㅠㅠ
무슨 쇼핑몰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다만, 아무튼 처칠 스퀘어(Churchill Square) 건너편 버스정류장에서 이스트본 행 12번 버스에 올라탔다. 이곳 버스도 2층 버스다. 버스 기사님께 플러스버스데이 티켓을 내보이니 올라타라는 손짓을 하신다. 역시나 오늘도 2층으로 냉큼 올라갔다. 이미 앞자리엔 누군가가 앉아 있다. 아쉬운대로 뒤쪽에 앉았다.
버스는 서서히 출발하였다. 저 멀리 쪼매난 관람차 하나가 보인다. 주변에 놀이공원스러운(?) 건물들이 보이는 걸 봐서는 아마 브라이턴 피어(Brighton Pier)인가보다. 날이 흐려서 그런지 이용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이따 세븐시스터즈 갔다 오는 길에 잠깐 들려볼까 싶기도 하다.
버스 타고 출발~
저 멀리 보이는 브라이튼 피어
버스는 떠나고
버스는 점점 한적한 해안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군데군데 자그마한 마을들도 보인다. 이내 평탄한 구릉지가 눈 앞에 펼쳐지는가 싶더니, 버스는 어느 한적한 시골길에 나를 내려 주었다. 건너편에 'Seven sisters country park'이라는 팻말이 보이는걸 보니, 여기가 거긴가보다.
날이 흐려서 그런지, 아니면 외곽지역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다. 더 잘된 일이다. 한적하게 트래킹하기엔 이만한 곳이 또 없을 듯 하다. 잠시 옆에 있는 비지터 센터에 들러 대충 코스를 눈으로 익힌다(이것이 오늘 생고생의 시작이었다ㅠㅠ). 뭐 대충 한바퀴 돌면 되겠네. 화살표 잘 되어 있겠지 뭐.
세븐시스터즈 입구에서
입구에 있는 비지터 센터
밖은 다소 흐린 날씨. 걷기엔 좋을듯?
천천히 길을 따라 나섰다. 영국 남부에 자리한 세븐 시스터즈! 앞에서도 잠깐 언급하였지만, 하얀 석회질의 해안절벽으로 유명한 곳이다. 아까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죽기전에 꼭 가보아야 할 100경이라나 뭐라나. 잘은 모르겠지만 대단한 곳인가보다.
문 밖을 나서자 끝없는 초원이 펼쳐진다. 아직 바다는 보이지 않고, 대신 너른 구릉지가 눈 앞에 봉긋하니 솟아 있다. 날씨는 다소 흐리다. 그래도 흐린 날씨 덕분에 걷기는 좋다. 긴 팔 남방 입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중간중간 울타리같이 생긴 문을 열고 들어가기도했다. 여기저기 풀 뜯는 소들도 보이고, 산책나온 강아지들도 보이고...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풍경이다.
아직은 목장같은 풍경
이런 문들이 중간중간. 열면 열리는 열리버.. ?
소팔자가 상팔자
아직은 코스의 초입부라 그런지, 하얀 해안절벽과 바다의 느낌보단 대관령 양떼... 아니, 소떼 목장같은 느낌이다. 뭐 대관령을 실제로 가본적은 없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풍경 하난 정말 끝내준다. ^^
머리가 무거운 소
강아지 델꼬 마실나온 모녀
생각보다 사람은 많이 않았지만, 그래도 종종 관광객들을 볼 수 있었다. 근데 아직까지는 관광객보단 근처 사는 현지 주민들이 많은 느낌이다. 집에서 기르는 개 한마리 델꼬 산책나온 가족도 은근 많이 보인다. 집 근처에 이런 곳 있으면 진짜 좋을 것 같긴 하다. 우와. ㅠㅠ 나중에 진짜 꼭 시골에 살아야지.
어이 자네 지금 날 찍는가?
바람때문에 한 쪽으로 누워버린 나무들
어느 중년부부의 산책
해안가의 거센 바람 때문에 나무들이 한쪽으로 다 누워버린 모습들도 보인다. 생각보다 식물들이 살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뿌리 내리고 살고 있구나.
한 20여분정도 걸었을까, 저 멀리 바다가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언덕 위로 올라가는 길도 보인다. 어딜 먼저 갈까 하다가, 우선 바닷가 쪽으로 좀 더 걸어가보기로 했다. 언덕 위로는 그 후에 올라가면 되겠지. 하얀 절벽이 어떤 건지 궁금하단 말이다~
오오.. 하얗다 +_+
저긴 좀 노랗네? ㅋㅋ
흙바닥이 조금씩 자갈로 바뀐다 싶더니 어느새 너른 바다가 눈 앞에 펼쳐졌다. 하지만 바다보다 더 놀라운 것은 바로 하얀 해안절벽이었다. 석회질의 해안절벽은 눈이 부시도록 하얀 모습이었다. 수십, 수백년의 세월동안 바람과, 또 파도와 마주했을 저 해안절벽의 모습이 참으로 놀라웠다.
석회질의 해안절벽 탓인지 바닷물은 다소 탁한 빛을 띄고 있다. 흐린 하늘과 더불어 조금은 우울한 빛이다. 하지만 탁 트인 전망과 시원한 바닷바람은 그런 생각들을 날려보내기에 충분했다. 계속해서 걷느라 잠시 지친 다리를 위해 조금 자리에 앉아 쉬었다.
자전거 타고 오신분도 있네
관광객분께 부탁한 관광객스러운 사진
생각보다 맨들맨들한 절벽
한 10분정도 쉬었다가,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절벽 위로 올라가는 길을 찾아보니 조금 떨어져 있는 듯 해서, 그냥 울타리를 넘었다-_- 아마 나 말고도 많이들 이쪽으로 지나간 모양이다. 길이 있네. 그래, 길은 만드는 거지. ㅋㅋ
흰 절벽이 있는 곳이다보니 군데군데 하얀 돌맹이들이 참 많다. 여길 거쳐간 수많은 '한국인'관광객들에게 좋은 놀잇도구가 아닐 수 없다. 역시 우리는 백의민족임이 분명하다.
원래 길은 아니었는듯 ㅋ
연하님 안녕하세요? 엄마랑 오셨군요
럽럽럽
그리고 마침내, 절벽 위 언덕에 올라섰다. 저 멀리 올록볼록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는 언덕들이 보인다. 이름대로 일곱개의 언덕인지 몇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걸어가보자. 저 멀리 집 같은게 하나 보인다. 아마 관광안내소나 아님 식당이거나 아님 마을이거나 아님 화장실이거나 뭐 그런거겠지? 일단 오늘의 목표는 저곳으로 정했다. 이제 슬슬 걸어볼까? ^^
올록볼록 엠보싱 같은 일곱개의 언덕들
다음 여행 가기 전까진 다 써야 할텐데...
20120730 - 20120818 민군의 유럽여행기 ⓒ 김석민
Nikon D70s + Tamron 18-20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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