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지/2012_영국, 프랑스

[2012영국/프랑스] 셋째날(1) - 나우 아임 고잉 투 올림픽 파크

민군_ 2012. 11. 22. 23:38


20120801; 올림픽파크 - 내셔널갤러리&트라팔가광장 - 웸블리스타디움 - 얼스코트 in 런던


  눈을 떴다. 시계를 보니 어김없이 6시다. 알람을 맞춘 것도 아닌데 신기하리만큼 이등병모드가 되어 칼기상을 하고 있다. 칼기상 한 김에 이불도 칼각잡아서 개어 놓을까 하다가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서 침대에서 내려왔다. 아직 다른 사람들은 쿨쿨 자고 있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세면장으로 갔다. 음... 세면대가... 높다ㅠㅠ 유러피안 스타일인듯. 까치발까진 아니지만 힘들게 머리를 감고 세수를 했다. 


  런던에서의 첫 날이 밝았다. 밖은 이미 환해져 있다. 약간 구름이 낀 날씨라 오히려 돌아다니긴 좋을 듯 했다. 오늘의 일정은 올림픽 파크(London Olympic park)에서 한국:노르웨이 핸드볼 경기를 본 후, 오후엔 웸블리(Wembley stadium)에서 한국:가봉 남자 축구를 보고, 저녁엔 얼스코트(Earl's court)에서 한국:브라질 여자배구 경기를 보는, 그야말로 올림픽 데이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일정이 몰리긴 했지만, 뭐 이렇게 몰아서 관람하고 나머지 시간을 런던 관광에 쓰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호스텔 곳곳에 심겨진 예쁜 꽃들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홀랜드 파크 호스텔


  가방을 메고 방을 나섰다. 꽤나 평화로운(?) 분위기의 호스텔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어제 밤에는 정신도 없고 피곤하기도 해서 자세히 못 봤었는데, 이 호스텔, 은근 예쁘다. 건물 전체에서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솔솔 풍겨져 나온다. 나름 저렴하기도 했고, 공식 유스호스텔이기도 해서, 21인 도미터리밖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약했는데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호스텔 바로 옆은 Holland Park.


  호스텔을 나서자 넓은 공원이 펼쳐졌다. 홀랜드파크(Holland Park)라는 이름의 공원인데, 정작 네덜란드와는 관계가 없다고 한다. 홀랜드라는 이름의 사람이 이 공원과 관계가 있는 듯. 공원에서는 런더너들이 아침운동을 하고 있다.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개 화장실도 있는걸 봐서는 정말 개를 가족처럼 생각하는구나 싶기도 하다.


  일단 첫번째 목적지인 올림픽 파크를 가기 위해, 호스텔 근처 홀랜드파크역으로 향했다. 여기서 올림픽 파크가 있는 스트랫포드(Stratford)역 까진 빨간색 센트럴 라인(Central line)으로 바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당황스러운 횡단보도 ㅋㅋ 건너편이 Holland park station.


  홀랜드파크역 까진 얼마 걸리지 않았다. 말로만 듣던, "Look right"가 적혀있는 횡단보도(?)를 건너 역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축구 티켓 구입때 같이 받은 0~9존 원데이 트레블 카드(One day travel card)를 사용할 예정이다. 존(zone)별로 요금이 달라지는 런던 지하철 요금제가 머리아프던 찰나였는데, 요 티켓 덕분에 머리아플일이 하나 줄었다. 지하철 개찰구에 트레블 카드를 넣으니 삑 소리와 함께 반대편에서 다시 튀어 나온다. 


한적한 홀랜드파크역


열차가 도착하였습니다~


  잠시 후 열차가 도착했다. 역은 한산했던 반면에 열차 안은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정장을 차려입고 신문을 펼쳐든 아저씨부터, 나와 목적지가 같아 보이는, 각양각색의 응원의상을 챙겨입은 관광객들까지 다양한 사람들로 들어서 있다. 옆자리에선 자메이카 필 충만한 가족들이 앉아 있었는데, 누나로 보이는 한 아이가 동생에게 귤을 줬다가 뺐었다가 하며 장난을 치고 있다. 동생은 엄마한테 누나가 장난친다고 이르고 ㅋㅋ 누나는 그런 적 없다고 하고 ㅋㅋ 귀요미들^^


누난 아메리칸스타일


  그 옆엔 옷부터 악세사리까지 완벽하게 아메리칸스타일인 미국인 아주머니 한분이 계셨다. 눈길이 가는 외모라 눈인사를 하고, '외국인 만났을때 하는 대화 part 1'을 시전했다. 대략 미국 어디서 왔냐, 무슨 경기 보러 가냐, 이런 내용들... 그러다 아임 컴 프롬 사우스 코리아라고 하니, 반색을 하며 비빔밥, 김치 등의 한국 음식들을 나열하기 시작한다. 이거 무한도전 뉴욕편에서 보던 장면인데... 알고보니 남편이 주한미군이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좀 살았는듯? 그 외의 대화는 솔직히 잘 못알아들었다. 사진찍어도 되냐고 물으니 자신있게 미소를 지어준다. 


핑크핑크 안내판


자 조금만 더 걸어가면 됩니다~


  드디어 스트랫포드역에 내렸다. 미국인 아주머니와 자메이카 가족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커다란 핑크빛 화살표를 따라 올림픽 파크로 향했다. 가는 길은 거의 5~10m당 한명 꼴로 자원봉사자들이 배치가 되어 있어서, 길을 잃을래야 잃을 수 없었다. 그들은 상당히 들떠 있었는데, "웰컴 투 올림픽 파크~", "10분만 힘내면 곧 도착해요~", "오 거기 아가씨 예쁜데(?)"등의 추임새를 넣으며 신나게 길 안내를 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힘들텐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유쾌했던 그들. 신나게 올림픽이라는 축제를 즐기는 듯 보였다.


요 코너만 돌면...


요렇게 올림픽파크 건물이 등장~


 열심히 걷다보니 올림픽 파크가 눈에 들어온다. 처음 봤을땐 우와! 했는데, 생각보단(?) 단촐하면서 심플하다. 나중에 알게 된거지만, 대부분의 경기장이 철거되거나 이동, 혹은 대여(무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용으로)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단순해 보이면서도, 나름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는 느낌을 받았다.


긴장되는 티켓 교환의 순간!


요것이 바로 올림픽 티켓!


  먼저 티켓박스를 찾아갔다. 한국에서 구한 두 장의 티켓 말고도 다섯장의 티켓을 더 예매했기 때문이다. 사실 예매하고도 걱정을 많이 했던게, 한국 공식 판매 대행사가 아닌 올림픽 티켓 공식 사이트를 통해 예매를 해서 정말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 왜냐하면 공식 사이트에선 영국 거주자만 이용하라는 공지문이 올라와 있었기 때문. 그래서... 영국 호스텔 주소를 입력하고 가입한 후 표를 예매했다-_- 영국 국적이 아닌 '거주자'라는 조건 때문인지 별 무리 없이 가입 및 예매 가능! 신분 확인은 여권으로 대신했다. 뭐 그래서 티켓 구입 성공!


  입구에 도착하니 군인아저씨들이 손짓을 한다. 소지품 검사를 한단다. 비행기 탈 때와 마찬가지로 액체류 반입이 금지된다. 그래서 그런지 검사대 앞에서 열심히 물을 드링킹드링킹하는 관광객들이 꽤 많이 보인다. 일부는 아예 땅에 버리고 있다 ㅋㅋ 


이곳은 스트랫포드 게이트


들어가기전 찰칵^^


아침먹고 힘내서(?) 응원해야지!


  음식물 반입이 안되는 대신에 안에 있는 편의점 및 맥도날드 등에서 먹거리를 팔고 있었다. 당연히 비싸다-_- 스프라이트 한 병과 샌드위치 하나를 샀을 뿐인데 우리 돈으로 7,000원 정도 쓴 것 같다. 담부턴 미리 배 좀 채우고 와야지. 

  

첫 경기는 여자핸드볼 한국:노르웨이


응원준비 완료!


  핸드볼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경기장의 이름은 코퍼박스(Copper Box). 직역하면 구리상자정도? 생김새가 구리로 만든 직육면체 상자를 닮아서 그런 이름이 붙였다고 한다. 어떻게 생겼냐면 아래와 같다.


핸드볼경기장인 코퍼박스. 뭔가 무식하게 생긴 듯 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이다.


  저 멀리 오르빗(orbit)이라 불리는 큰 탑(?)이 하나 보인다. 굉장히 기하학적으로 생겼다. 빌빌 꼬인게 곧 쓰러질 것 같기도 하고..^^


ORBIT!

  드디어 경기장 입성! 내 자리는 3층. 그리고 내 주위는 다들 외국인들이다. 한국 대행사에서 표를 구했더라면 아마 한국응원단이 있는 자리 옆에 앉을 수 있었겠지만, 개별적으로 표를 구하다보니 좀 외롭게 앉게 되었다. 그치만 뭐 덕분에 주변에서 "한국인이다! 한국인이 나타났다!" 정도의 시선을 받으며 혼자 열심히 응원했다. 아 외로워라. 


경기장이다!


  경기 시간이 다가오자, 선수들이 등장한다.


대한민국 화이팅!


  그...그런데 여자선수들이다. 분명 홈페이지에서 예약할땐 남자 핸드볼을 예약했었는데. 뭐지. men과 women을 구별못할정도로 바보는 아닌데 난... 뭐 어쨌거나 좋다. 영화 '우생순'의 신화를 눈으로 직접 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으흐흐.


  잠시 후 경기가 시작되었다. 전반 시작전, 경기장엔 Queen의 'we will rock you'가 울려퍼진다. 노래에 맞추어 모두가 쿵쿵짝 발을 구르며 박수를 치고 있다. 더불어 분위기도 점점 달아오른다. ^^ 


  여자핸드볼 예선 B조 제 7경기, 한국:노르웨이! 베이징올림픽때부터 팬이었던 김온아선수는 전 경기에서 부상을 입는 바람에 벤치에 앉아있다. ㅠㅠ 전력의 핵심인데. 아쉽지만 부디 오늘 승리하길!!


노르웨이의 매서운 공격


이거 놔 ㅠㅠ


1초를 남겨둔 노르웨이의 마지막 공격



  경기 초중반 노르웨이의 거친 수비로 따낸 페널티스로를 차곡차곡 성공시키며, 전반전을 3점 앞선채로 마무리했던 우리나라. 하지만 후반이 시작되자마자 급격히 밀리며 오히려 2~3점차 리드를 허용하고 말았다.


  안타까움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던 그때.. 하지만 우리나라 선수들의 투지가 어디가랴! 경기 종료를 몇 초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동점골 작렬! 결국 27:27의 극적인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메인스타디움앞에서 인증샷^^


친절한 런던 경찰아저씨와 함께^^


  시계를 보니 11시가 다 되어 간다. 아침을 대충 먹어서 그런지 슬슬 배가 고파온다. 어제 호스텔에서 만난 형주와 점심을 먹기로 했다. 들어올때 이용했던 스트랫포드역으로 다시 돌아간 후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이곳저곳 사진을 찍으며, 올림픽파크를 나섰다.



20120730 - 20120818 민군의 유럽여행기 ⓒ 김석민

Nikon D70s + Tamron 18-200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