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by Day/시시콜콜일상

Passion. of. photography.

민군_ 2010. 2. 17. 00:27

열정이라는 것이 내겐 있었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내게도 열정이라는 것이 있었다.
물론 그 열정이라는 것은 여러가지 형태로 내게 나타났는데,
이를테면 내겐 '사진'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곤 했다.

요즘 카메라를 들고다녀도 예전같지가 않다.
우선은 내가 셔터를 누르는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건 단순히 '귀찮다'라고 표현할 정도의 것은 아니다.
내 나름대로 이유가 있긴 한데, 문제는 그 이유가 뭔지 나도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사진 자체가 예전같지 않다.
그나마 조금 여유로운 연휴를 이용하여, 예전에 찍어뒀던 사진들을 쭉 살펴보았다.
내가 찍은 사진이래야봤자 예술사진일리 만무하고,
그냥 일상적인, 주변 사람들과 함께한 사진들이다.

그런데 뭐랄까, 요즘의 사진 속 사람들은 왠지 프레임에 갇힌 느낌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런 느낌이다.
예전에 나의 첫 디카였던, 똑딱이 coolpix 2500을 쓸 때의 사진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고, 살아있는 느낌이다.

사실 확률적으로, 또는 통계적으로 따지자면야
지금의 사진이 남이 보기엔 더 살아있을 수도 있다.
노출이라던지, 혹은 악조건에서의 촬영과 같은 하드웨어적인 부분이
예전에 비해 많이 보완되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은 나름 DSLR이니.

그런데 소프트웨어적으로, 뭔가 맘에 들지 않는다.
2500을 쓸 땐 여러 사진들을 참고하며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사진에 대해 그때만큼 고민했던 적은 사실 없었다.
200만화소에, 결정적으로 똑딱이라는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구도에 대해, 결정적인 순간에 대해 항상 경계(?)하고 생각하고 또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하드웨어적인 측면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느낌이다
생각없이 누르는 샷이 많아졌달까?
어느순간, 난 왜이렇게 막샷을 날릴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기 시작했다.
그 생각 때문에 셔터를 누지르는 횟수가 줄어들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답은 없겠지만, 내가 좀 더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초심을 부르짖으며 2500을 들고 돌아다닐 필요까진 없겠지만서도,
사각 뷰파인더를 넘어선 느낌이 절실히 필요할 때라 생각된다.



예전에 2500을 처음 샀을때
바로 밖으로 들고나가서 찍었던, 거의 첫번째 사진.
나비가 날아가지 않기를 노심초사하며
숨소리조차 내지않으려 노력했었다.
흔하디 흔한 사진 중 하나일진 모르지만
그땐 그랬다. 셔터 하나하나에 참 많은 공을 들였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