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by Day/가끔쓰는다이어리

Critical Period

민군_ 2008. 12. 27. 02:33
25일 크리스마스 오전엔 성당엘 갔다.
암.. 조금 늦게 갔더니 안엔 자리가 없고
수녀님이 일단 유아실에 있으라길래 갔더니
아이들은 시끌벅적.
결국 미사엔 집중못한 채 성탄미사가 끝나버렸다.

그래도 점심때 밥이랑 떡이랑 과일이랑 이것저것 주길래
배부르게 먹고(단순히 식비아껴볼 생각에..요즘은 식비지출이 제일 큼)
돌아오는 길에 찬바람 좀 많이 맞았더니 몸이 으슬으슬,
오후 내내 자고, 영어특강 째고, 그냥 또 푹 자고.. 왓 어 나이스 크리스마스 ! -_-

지금은 배고파서..
순철이 방에 와서 생라면 깨먹고있다. 부스럭부스럭.



Critical Period. 결정적 시기.
발달이론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닌것 같다... 라는 생각이 문득.

인간관계에도 결정적시기라는 것이 있는걸까?
관계가 흐트러지고, 이를 다시 바로잡으려해도
이 시기를 놓치면 관계회복이 힘든 것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요즘 느낀다.

뭐, 그걸 안다고 하더라도 변하는건 딱히 없다.

예전엔 참 친했는데, 어느날 이후로 인사도 안하게된 녀석이 하나 있다.
잘잘못을 따지자면 내 쪽 비율이 좀 더 높겠지만..
아무튼 오늘 도서관에서 우연히 스치듯 만났는데(물론 전에도 종종 마주쳤지만)
오랜 시간을 그렇게 남남처럼 스쳐지나가기만 해서 그런지
이젠 별 다른 감흥도 없더라. 결정적 시기가 이미 오래전에 지난게지.

생각해보면 음.. 노력을 안했다(혹은 못했다).
그땐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지만.. 노력했더라면 달라졌을까?
지금도 조금 아쉽긴 한 대목이지만. 어쩌랴, 지금와서 다시 지지리궁상떨것도 아니고.

오해라고 해야할까.
사람들 사이가 틀어지는 원인.

오해의 사전적 의미는
"그릇되게 해석하거나 뜻을 잘못 앎. 또는 그런 해석이나 이해"이다.
사전적 의미만 따지자면 지극히 인지적인 작용이 바로 오해다.

그러나 현실은 인지구조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미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잘못 이해하게 하는, 혹은 그러고 싶은'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현실의 오해는 사전의 오해보다 더 많이 복잡한 것이 아닐까.
곧 인지가 우선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세 가지가 모두 함께 나타나거나, 혹은 인지가 더 뒤에 나타나거나(이런 경우는 사실 정당화에 가까운 행동이지만) 한다는것..

그래서 오해는 풀기 참 어려운 것 같다.
제멋대로 얽힌 실타래마냥, 어디가 처음이고 어디가 끝인지 모를 정도로.

실타래를 푸는 데에는 상당한 스킬이 요구된다.
눈으론 끊임없이 엉킨 구조를 파악하고
손으론 차례차례 실을 되짚어 나가며
잘 안풀리더라도 버럭버럭 화내지 않고 침착해야 한다.

知, 情, 行, 어느 하나로만 될 일이 아닌 것이다.

오해를 푸는 일도 마찬가지겠지? 백날 천날 만날 '이건 다 오해야 그러니깐 내 맘 좀 알아줘 blah blah blah...'해봤자 오해가 풀릴까?
그렇게 풀릴 오해였으면 벌써 풀렸겠지. 자의건 타의건 간에 꽁꽁 닫고 있는 마음의 문부터 어찌 열어볼 생각을 안하는 걸까. 뭐 나름대로는 노력했다고 말할진 모르겠지만서도.

생각은 많은데 졸립다. 생각을 글로 쓴다는 건 역시 쉬운게 아니다.
난 대체 뭘 이렇게 많이 주절거려놓은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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