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작은목소리

영어몰입수업, 무엇에 '몰입'한단 말인지?

민군_ 2008. 1. 25. 11:53

(이때까지는 블로그에 글 쓸때, 가급적이면 '~습니다'라고 썼지만, 오늘만큼은 죄송하지만 말 좀 막 쓰겠습니다;)

인수위가 영어교육을 강화하겠다고 '칼'을 빼들었다.
칼을 뺐으니 무우를 썰던 두부를 썰던 뭐라도 썰어야겠다는 심산인지
그 내용이 다분히 '파격'적이다.

그니까,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영어교육강화해서 사교육시장 줄이겠다,
공교육만 제대로 받으면 따로 영어배울필요 없이 네이티브 스피커정도로 키워주겠다, 이런건데.

일단 '실현가능성'은 둘째치고,
무슨 생각으로 영어에 목을 매고 있는지, 인수위의 머릿속이 궁금해질 따름이다.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25일 영어 공교육 강화와 관련, "소위 `기러기 아빠'라든지 `펭귄아빠'라든지의 별칭이 있는 이산가족 현상을 더이상 두고볼 수 없다는 인식"이라며 "영어교육으로 인해 오는 문제점들을 국가가 책임지고 해야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발췌)

1. 과열된 영어교육으로 인한 폐혜로 자주 지적되고 있는 것이 바로 '기러기아빠'이다. 언제였는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기러기아빠가 자살한 일도 있지 않았던가. 그런 것이 사회적문제로 대두되고 있기에, 국가가 나서서 책임을 지겠다는 인식에 있어선 나 또한 동의한다.

그리고 그 해결책으로 영어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것 까진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그것이 미국 뉴질랜드 호주 필리핀으로 떠나는 아이들의 욕구를 만족시켜주고, 학원으로 향하는 아이들의 발걸음을 학교로 돌릴 수 있을것인가,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오히려 사교육시장이 더 커졌으면 커졌지, 지금보다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사교육이라는 것은 '공교육'에서 모든 것을 다 해줄께! 라고 한다고 해서 그 입지가 줄어드는 성격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돈의 논리인 자본주의사회에서, 남들보다 뛰어난 '점수'를 받아야 소위 '성공'하는 신자유주의경쟁체제가 있는 한, 사교육시장은 공교육보다 더 커지면 커졌지, 결코 줄어들진 않을 것이다.
학교에서 영어로 수업을 한다고 치자. 그러면 아이들을 학원으로 보낼 여력이 되는 우리나라의 학부모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 아이가 남들보다 영어수업을 잘 이해못하면 어쩌지? 좋아, 아이를 학원에 보내서 다른 아이들보다 수업을 잘 이해하도록 해야지'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내 짧은 생각으론 사교육 영어시작만 더 키워주는 결과만 낳을 것 같다.
아마 방학때 해외로 떠나는 아이들은 지금보다 최소 두배로 더 늘진 않을까.


2. '영어'수업을 '영어'로 하는 것은 일정부분 동의한다. 외국어수업은 단지 '언어'로서의 외국어라는 의미보다는 그 언어와 관련된 문화를 이해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어' 수업뿐만이 아닌, 수학 과학과 같은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겠다는, 곧 '영어 몰입식 수업'이라는 정책은 어디서 나온 생각인가?

공교육 정상화, 정상화, 정상화...  라는 목소리는 사라진채, 영어만 '마스터'하면 다른 공교육들은 죽어도 상관없다는 이야기인지, 인수위의 속내가 궁금하다.

이제 학생들은 두 배의 짐을 지게 되었다. 수학 수업을 들으면서 영어를 해석해야하는 능력을 갖도록 인수위가 주문했으니, 힘없는 학생들, 죄없는 학생들만 희생양이 되는건 아닌가 모르겠다. (이건 뭐 군대도 아니고, 까라면 까야되는건가-_-)


3. 결국 교육도 귀족정책이 되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앞으로 우리네 교육현장에서는, 영어를 잘 하는 '영어귀족'층과, 영어 능력이 뛰어나지 못해 덩달아 다른 교과들에서도 뒤쳐져버리는 '한글서민'층으로 나눠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 너무 과장된 생각일까?

말로만 공교육정상화를 외치는 이명박당선인, 결국 지금까지의 교육정책들을 보면 공교육을 무너뜨리고 사교육시장을 키우는, 그리고 양극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아.. 이건 뭐. 흠좀무..


4. 그리고 이것이 교원정책에 대한 개방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현재의 학교현장에서는 영어몰입수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한다. 모 뉴스에 나왔던 기사처럼, '19년간 한글로 수업해온 교사'에게 어떻게 수학 과학 그 외 여타과목을 영어로 수업할 수 있을까. 결국 학원강사, 외국인과 같은 대체인력을 투입하게 될 것이고, 이는 교육시장 개방의 초석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학교의 학원화가 걱정되는것은 나 뿐인가.
말로만 공교육을 위한다고 , 공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말하는 인수위의 실질적인 정책이
결국 공교육파괴로 이어지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

이런 상황에서 교사가 되겠다고 교육학공부하고 있는 난
이제부터라도 돈을 모아서 해외연수라도 다녀와야 할 판인가-_-;


덧붙임.

이동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영어공교육에 대한 언론의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겠지만 궁극적 목표는 기러기 아빠의 퇴출로서, 공교육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교육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며 강한 추진의지를 밝혔다.

이 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시장 시절 추진했던) 청계천을 생각해봐라. 현실화되기 전까지는 그게 되겠느냐는 것이었다"며 "이 당선인의 공약은 공중에 떠다니는 것을 관념적으로 채택하거나 남의 아이디어를 채용한 일이 없고 다 체화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대만 부풀게 했다가 국민을 실망하게 하지 말라는 게 당선인 말씀이고, 당선인이 웃고 있지만 걱정이 태산이라는 말은 저희 인수위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승리에 취해있거나 과욕이 앞서 한건주의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며 `준비된 정책'임을 호소했다.

이건 뭐 개콘도 아니고..